<사랑합니다>올해 가보지 못한 부모님댁… 이 그리움 더 큰 반가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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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가족에게

직장이 있는 울산에서 고향 땅 강원 철원으로 가는 길은 차로 꼬박 여섯 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단숨에 갈 수 없어 오가는 길에 끼니도 해결해야 하고, 휴게소도 두어 번 들러야 한다. 집에 간다고 전화를 걸면 “멀리 있는데 뭐하러 오니, 거기서 쉬어”라는 소리가 돌아온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 목소리엔 늘 걱정이 섞여 있다. 처음 차를 몰고 집에 갈 때는 장거리 운전이 무서워 중간 지점에서 하루를 묵고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먼 길이지만, 집에 도착하면 그 피로가 언제 있었는지 모르게 만드는 가족들이 그곳에 있다. 어머니의 반가운 얼굴이, 아버지와 기울이는 소주 한잔이, 할머니가 소쿠리 가득 삶아둔 옥수수와 고구마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기특한 동생의 무용담이 거기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고향 가는 발걸음은 늘 가벼웠다.

그러나 올해는 고향 가는 길이 멀다 못해 보이지 않았다. 끝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길은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을 무력하게 했다. 서로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게 전부인, 그저 조심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몇 해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집에 내려가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구직에 눈앞이 캄캄해 쩔쩔매고 있었다. 자신감 있게 회사를 나왔지만, 새로 일할 자리 찾기가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나에게 그 시간은 절망과 어려움으로 가득 찬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때 집에는 부모님과 할머니, 나, 그리고 갓 전역한 동생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다.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밥숟갈을 들었고, 부모님 가게 일이 바쁠 땐 동생과 함께 일손을 보태면서 동고동락했었다. 돌아보면 내 어려운 시간은 가족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 지난 시간은 내 가슴 깊은 곳 그리운 기억으로 남았다.

어쩌다 보니 고향에서 이렇게 먼 곳에 자리 잡아 가정을 꾸렸다. 동생도 서울에 직장을 잡아 가족들은 다시 흩어졌다. 그래서 그럴까, 아내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날이면 동생도 꼭 놓치지 않고 철원 집으로 향했더랬다. 모두가 모여 앉은 저녁은 웃음꽃이 계속 피어올랐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캄캄한 오늘을 지나 언젠가는 웃으며 돌이켜 볼 그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오늘의 그리움은 다음번 만났을 때 더 큰 반가움이 될 것이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다. 내 고향 철원도 처가가 있는 광주도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찾아가 볼, 우리가 좀 더 안전해지는 그날이 어서 찾아오길. 가족 모두의 건강한 얼굴을 빨리 볼 수 있길 소망한다. 그 전까지는 이렇게 글로 인사를 전한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얼른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아들 김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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