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공수처 문제 다루는 與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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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정치부 차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정치권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내 출범을 목표로 세우고, 국민의힘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장 임명까지 적어도 11월 중에는 처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앞서 법사위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법안심사 1소위에 회부했다. 개정안은 야당 몫으로 규정된 추천위원 2명의 추천 권한을 국회로 바꾸는 내용이다.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 등도 야당 몫 추천권을 없애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약속대로 추천이 이뤄지기를 기다리지만, 마냥 지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의힘이 추천위원 선임을 거부한다면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이달 말부터는 여당이 본격적인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도 공수처법 제정 등으로 인해 사실상 마비됐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힘의 정치로 기울고 있다.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하면서 한 약속은 공수표가 되기 직전이다. 공수처가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할 것이라고 자유한국당이 반대하자 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을 야당 교섭단체 몫으로 하고, 의결정족수를 7명 중 6명으로 한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민주당은 법안 처리의 명분을 쌓으면서 동시에 교섭단체가 3곳 이상이 된다면 한국당 몫은 1명에 그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양당체제로 회귀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공수처 출범이 어렵게 되자 민주당은 ‘룰’을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박병석 국회의장도 우려를 표했다. 박 의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측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은 선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수처 출범이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다시 고치는 건 안 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속내가 단순히 공수처 연내 출범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김용민 의원 안은 고위공직자 범죄 종류를 확대하고 공수처에 완전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 완화, 검사 연임 제한 삭제 및 임기 연장, 검사 및 수사관 규모 확대, 공수처장 요청에 제한 없는 협조 의무 등 여러 독소 조항을 포함했다. 특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과 강한 권한이 공수처에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그나마 마련한 안전장치를 출범도 하기 전에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개정안이 처리된다면 야당의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에 대법원 법원행정처조차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을 국회에 보냈을 정도다. 율사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고위 당직을 지낸 전직 의원도 “공수처는 사실상 통제를 받지 않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과 오히려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선임하더라도 민주당이 법 개정 시도를 중단하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건 기우(杞憂)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