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우주 탐험>“뇌의 명령 패턴 해킹하라”… 생각한대로 기계 제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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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뇌와 컴퓨터 <上>

원하는대로 변화 유도하려면
AI의 막강한 계산력 절대 필요

뇌에 전기·초음파 등 자극 가해
조현병·뇌전증 등 질병 치료

“컴퓨터 전체를 뇌와 비슷하게”
뉴로 컴퓨터 프로젝트 진행중

“머릿속을 해킹하라!”

뇌 공학(Brain Engineering)은 뇌와 기계, 특히 컴퓨터를 접목하는 학문이다. 뇌 신호를 종류별로 판독한 후 다시 기계나 다른 뇌로 보내 원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중간에 인공 뇌의 막강한 계산력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체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소통(Brain-Computer Interface·BCI)’, 뇌에 전자기·초음파 등 자극을 가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뇌 조절(Neuromodulation)’, 뇌세포와 시냅스 연결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neuromorphic chip)’ 설계 등은 뇌 공학의 대표 기술이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 읽기(출력), 뇌에 정보를 기록(입력)하는 뇌·컴퓨터 다운로드, 업로드가 최종 목표다. 뇌가 운동 신경에 보내는 명령의 패턴을 인공지능(AI)이 분석, 이를 거꾸로 입력하면 마비환자의 로봇 팔다리나 다른 생물의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꿈과 감정, 이성적 사고(思考)의 뇌 신호까지 해석할 수 있다면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독심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말이나 동작을 할 필요 없이 생각만으로 서로 의사를 소통하거나, 자동차 등 기계를 조작하는 SF영화 같은 기술도 꿈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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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컴퓨터 소통 = 양자 간 소통은 1960년대 뇌에 탐침을 꽂아 전기신호를 읽고 전달하는 BMI(Brain-Machine Interface)로 출발, 수술 없이 두피 위에서 뇌파·뇌 자도(磁圖) 등을 측정하는 BCI로 확대됐다. ‘브레인게이트’ 연구팀은 2012년 마비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연결된 로봇 팔을 움직여 자기 입까지 주스를 나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사는 지난달 머리에 심는 초소형 칩과 무선으로 연결해 뇌 신호를 실시간 포착, AI가 이를 실제 움직일 때 발생하는 활동전위와 똑같이 모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뇌 신호만 제대로 읽으면 다음에 어떤 동작을 할지 미리 알 수 있다는 뜻이다. BCI, CBI(Computer-Brain Interface), BBI(Brain-Brain Interface)에서 인터페이스는 중계기를 말한다. 중간에서 양쪽을 통하게 해주는 물리적 매개체 또는 프로토콜이다. 사람이 컴퓨터와 소통할 때는 이런 통역 과정이 필요하다. 천공기(punching machine)-자판-마우스의 손가락 시대를 넘어 최근에는 음성 인식이 주류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았다.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다. 그냥 친구와 대화하듯 소통하면 된다. BCI 기술이 완성되면 말조차 필요 없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7년 뇌파로 문자를 입력하는 브레인타이핑 프로젝트 착수를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8년 생각만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기술의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뇌 조절 = 뇌에 자극을 가해 기분을 바꾸거나 조현병 등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오랜 역사를 갖는다. 전기가오리를 두통 치료에 활용했던 로마 시대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현대적인 뇌 자극 기술은 1800년대 전기로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려던 의사로부터 비롯됐다. 이후 1970년대 시각장애인의 감각 치료, 1980년대 파킨슨병·뇌전증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DBS)로 발전했다. 미국 뉴로페이스사는 올 3월 뇌전증의 발작을 멈춰주는 반응성 신경자극기(RNS)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뇌졸중 환자 재활을 위해 경두개직류자극도 사용된다. 집중력이나 지능 강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전기뿐 아니라 빛, 자기장, 초음파, 근적외선을 뇌에 정밀하게 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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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모픽 칩 = 뇌 신경세포와 시냅스 연결을 모방한 반도체에 이어 아예 컴퓨터 전체를 뇌와 비슷하게 만들려는 뉴로(neuro·신경) 컴퓨터 프로젝트가 유럽연합(EU)에 의해 진행 중이다. 알파고의 딥러닝 등 소프트웨어 뇌 모방에 이어 하드웨어에서도 뇌와의 통합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비판론자들은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뇌의 디지털화는 불가능하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유승식 하버드 의대 교수는 “가능하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 갈수록 작고 빨라지는 실리콘 칩, 둘째 뇌세포의 비선형 작업을 비트(bit) 정보 처리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 셋째 뇌 신경망의 이해가 높아질수록 이를 닮아가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