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통하는 쉬운 우리말 생활>가스라이팅·리벤지 포르노… 범죄·수사에도 외국어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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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범죄용어

범죄 용어도 어려운 외국어 표현이 자주 쓰인다.

최근 아동 대상 성폭력과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심심찮게 등장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한 통제 능력을 행사하면서 결국에는 파국으로 몰아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패트릭 해밀턴 원작의 연극 ‘가스등(Gas Light)’과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으로 나온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유래했다. 직역해서는 정확한 뜻을 알기도 어려운 만큼 ‘심리 지배’ 정도로 바꿔 쓰는 게 낫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는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공개하는 성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의미하는데, 이 역시 ‘보복성 영상물’ 정도로 표현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피싱(phishing)’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알아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사기수법을 뜻하는데, ‘금융 사기’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피싱에서 확장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전화 (금융) 사기’로, ‘스미싱(smishing)’은 ‘문자 (금융) 사기’로 표현할 수 있다.

‘머그샷 제도’는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단계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mugshot)을 공개하는 것으로,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로 쓰면 이해하기 쉽다.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두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멈춰 서는 ‘포토라인(photoline)’은 ‘사진 촬영선’으로, 경찰이 전기충격을 이용해 범인을 검거할 때 사용하는 ‘테이저 건(taser gun)’은 ‘전기충격총’으로 바꿔 쓸 수 있다.

‘프로파일러(profiler)’는 특정 범죄의 유형, 범인의 심리나 행동분석을 통해 범인 검거의 효율성을 높이고, 범인과 고도의 심리적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자백을 받아내기도 하는 수사관을 말하며, ‘범죄 (심리) 분석가’ 정도로 바꿔 쓸 수 있다. 피의자가 자백을 통해 수사에 협조할 경우 형을 깎아주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은 ‘자백 감형 제도’로 쓸 수 있다. 이 밖에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감시 대상자’ 혹은 ‘요주의자 명단’으로, ‘루저(loser)’는 ‘실패자’ 혹은 ‘패배자’로 바꿔 쓸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