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나훈아 선견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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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몽골군은 1231년부터 1259년까지 7차례나 고려를 침략했다. 이로 인해 고려 땅은 철저히 유린당했다. 지배 계층은 도망치기 바빴다. 1232년 충북 충주성도 다를 바 없었다. 노비와 잡류들만 남아 성을 지켰다. 전투가 끝나고 돌아온 귀족들은 노비군이 관아의 기물을 훔쳤다며 죄를 뒤집어씌웠다. 분노한 노비들이 들고일어나자 천하무적의 관군이 강경 진압했다. 대몽 항쟁 중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귀족들은 모조리 강화도로 도망쳤다. 전국이 분탕질당해도 그곳만은 안전했다. 귀족들은 별로 할 일이 없자 육지에서 거둬들인 쌀로 빚은 술을 마시며 시조나 읊어댔다. 대신 육지의 백성에게는 금주령과 쌀밥 금지령을 내렸다. “전란 중에 한 톨의 곡식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려 때뿐이 아니다. 임진왜란에서 보듯 조선도 똑같았다. 오죽하면 ‘관군(官軍)이 의병보다 약한 나라’라는 평가를 들었겠는가.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그럴 리 없다고 많은 사람이 믿고 지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개천절이던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엔 반정부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거대한 성벽이 세워졌다. 경찰 버스 300여 대를 이어붙인 총연장 4㎞의 차벽이었다. 1만 명 넘는 경찰이 광장 근처의 길목마다 배치돼 불심검문을 벌였다. 도심을 왕래하던 시민들은 대여섯 차례씩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지만,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우겼다. 여당의 표현대로 ‘방역의 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 서울 근교의 위락 시설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대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서울대공원의 놀이기구나 음식점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사회적 거리를 의식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철저히 방치했다. 결국 놀이기구마다 북적대는 대공원이나 쇼핑객들로 가득 찬 명동에서 국민이 역병에 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제 와 보니,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국민이야 어찌 되든 자기네 정권 보위에만 신경을 곤두세웠을 뿐임이 드러난 것이다. 가수 나훈아 씨가 지난달 30일 밤 공연 무대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곧 이어진 추석 연휴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