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예능 소재 된 ‘文정부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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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6억 원이던 아파트가 12억 원이 됐어요…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는데, 현실은 월세네요.”

추석 연휴 막바지에 방영된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한 배우의 한탄이다. 이 프로그램은 독신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다양한 혼자 살기 방식 혹은 트렌드를 반영해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추석 특집으로 진행된 이날 프로그램에 해당 배우는 3년 전 자신이 세입자로 살던 아파트의 가격이 6억 원대에서 12억 원대로 올랐는데 당시 부동산중개업자의 의견대로 집을 매입하지 않는 바람에 지금도 세입자로 살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안타까워했다. 반면 함께 출연한 다른 연예인은 당시 그 아파트를 매입해 지금 돈을 벌었다며 밝은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두 연예인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을 희화화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긴 했지만 보는 내내 불편했다. 강남지역에서 자가주택 마련에 성공했다는 그날 또 다른 출연자에 대해 화면 속 연예인 전원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것조차 시청자로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이를 바라보는 무주택 국민의 마음도 그럴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문제는 이처럼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열이면 열 모두 부동산 얘기를 한다는데 예능프로그램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여당 원내대표의 ‘세종 천도(遷都)’ 발언 전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잔금 치르는 날 사무실에서 만난 매수자와 매도자의 표정은 정말 극과 극이었다”는 불붙은 세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얘기는 현실 얘기라기보다는 막장드라마 수준에 가깝다. 부동산 소재를 방송에서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추석 연휴 가족 친지와 얘기 나눌 기회는 줄었다. 만약 이번 추석 가족 모임이 가능했다면 대화의 주된 화젯거리는 부동산 관련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대화는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마무리됐을 것이 분명하다.

밑바닥 민심은 이러한데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해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 부총리는 법인이 급매로 내놓은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거래 사례를 마치 일반적인 추세인 양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14%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주무 공무원조차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조용히 지지하는 국민이 다수”라며 물정 모르는 소리까지 할 정도이니 정부의 시장에 대한 인식을 더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숫자 밝히기를 좋아하는 정부의 이 같은 억지 해명에 대해 실제 시장은 드라마 같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 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6억708만 원)와 비교할 때 4억 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가격 상승률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체가 역설이다. 정책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집값은 더욱 오르는 이런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 이면엔 내 집 없는 국민의 눈물이 있다는 걸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