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호·인 외교장관 회담서 폼페이오 美 국무 한국 말고 아세안만 언급한 까닭은?

일본 도쿄(東京)에 모인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이른바 ‘쿼드(QUAD)’ 국가 외교장관들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반중 전선으로 평가 받는 ‘쿼드’ 참여에 부정적인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여전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중 전략, 북핵 해법 등에서 지속적인 이견을 노출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새 아시아 전략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6일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방문 이유로 “오래전부터 예정된 회의(쿼드 외교장관 회의)와 중국 공산당에 대항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법에 기반한 질서를 확인하려고 왔다”며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라는 도전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쿼드 4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이 지역에서 공산당이 제기하는 도전을 이해하는 국가들과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쿼드 국가 외에 아세안을 콕 집어 이야기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셈이다. 한·미·일 3각 협력을 아시아 안보의 기본 틀로 여겨온 미국은 미·일 양자 회담에서 미·일동맹뿐만 아니라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관련 언급마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파트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애매한 입장을 지속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미동맹의 비중을 줄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주최 화상 대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독려 중인 쿼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국익을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이유는 한국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 첫 번째이고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쿼드 참여를 꺼리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 차원일 수 있다”며 “다만 쿼드 중심의 협력체가 갖춰졌을 때 한국이 지분을 갖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