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사기펀드 수사와 검찰의 배임(背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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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사회부 차장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정관계 연루 의혹에 대해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사건처럼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을 외면한 채 ‘면죄부’만 주고 말 것인가. 옵티머스 사건은 추 장관 아들 사건과 차원이 다르다. 피해자 수만 약 1100명에 이르고 피해 규모는 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민생과 직결되는 데다, 정관계 연루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어 사안이 중대하다. 수사를 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로비 의혹까지 포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해명했으나 지금까지 벌어진 수사 경과를 보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수사팀은 지난 6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이 연루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했으나 진위조차 아직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이런 상황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도 언론을 보고 관련 상황을 접했다”면서 “한 달 전부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일반 고소, 고발 사건을 함께 다뤄야 하는 조사1부에 배당할 때부터 말이 많았다. 중앙지검은 지난 9월에야 경제범죄형사부로 재배당했으나 수사의 기본인 ‘밀행성’은 이미 훼손된 뒤라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이런 사건은 초동 수사에서 성패가 좌우된다. 게다가 이 지검장의 노골적인 친정부 행보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지검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윤 총장에 대한 사실상 항명까지 불사하면서 추 장관의 지휘와 여권의 주장에 부응하는 편향성을 보여왔다. 추 장관의 수차례 인사로 중앙지검은 물론, 대검까지 수사 및 지휘 라인이 친정부 인사로 채워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옵티머스 수사가 제2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각종 권력 비리 의혹 수사가 ‘꼬리 자르기’나 ‘면죄부 주기’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무려 1조 원대의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치권 로비 정황 진술이 나왔으나 총장 보고가 누락됐다고 한다. 이뿐인가. 실체가 명백한 허위 사실 공표 등과 같은 불법 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

검찰의 배임으로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포스트 트루스(탈진실)’ 시대의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추 장관 사례가 대표적이다. 추 장관은 아들 의혹과 관련해 “(보좌관에게)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주장해 왔다. 본인이 보좌관에게 카톡으로 지원장교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보고받은 내용이 확인됐는데도 “몇 가지 답변을 짜깁기해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구태”라며 오히려 발끈하고 있다. 수사를 해온 서울동부지검이 “3차 휴가 승인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지원장교 진술을 무시하면서까지 추 장관 측에 성급하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면 실체적 진실은 한 점 의혹 없이 드러났을 것이다. 검찰이 국민보다 정권에 우선하면 진실은 거짓과 위선에 파묻힐 뿐이다. 홀로코스트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탈진실은 파시즘의 전조”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보듯 검찰의 배임은 결국 권위주의 체제와 파시즘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