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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2일(月)
한국 에스페란토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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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세계 공통어로 “코레아 후라(만세)”를 세 번 외쳤다’고 1910년 2월 15일자 황성신문은 전했다. 안 의사가 외친 세계 공통어는 바로 에스페란토(Esperanto)다. 일본 제국주의에 주권과 우리 말과 글을 빼앗긴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보급운동에 앞장섰다.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에스페란토 강좌 고정란이 연재되기도 했다.

‘희망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자유·평등·중립을 기치로 만든 평화의 언어다. 당시 러시아 식민지였던 폴란드에는 러시아·독일·유대인들이 섞여 살았는데, 언어가 달라 싸움이 끊이지 않자, 의사소통을 쉽게 하기 위해 창안했다. 강대국 언어가 강요되지 않고, 어느 나라 언어도 아닌 중립적이며 배우기 쉬운 언어를 사용해 인류가 평화롭게 살자는 취지였다. 이런 이유로 2008년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에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거론됐다. 현재 122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대표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전해져 고종 황제가 에스페란토의 인류애 정신에 감명받아 익혔을 정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1920년 시인 김억과 춘원 이광수 등이 주도해 조선에스페란토연맹을 만들었다. 에스페란토는 알파벳을 소리 나는 대로 읽고, 문법도 16개로 단순해 외국어를 배우는 절반의 노력만으로도 익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사전에는 막걸리(makolio), 곰탕(komtango)도 표제어로 등록돼 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회장 서진수 강남대 교수)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9∼11일 ‘인공지능 시대의 인공어 에스페란토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는 세계 각국 참가자들로부터 성공적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에스페란토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도 꿋꿋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중·장년층 가운데 많은 사람이 학창시절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영어가 세계 공용어처럼 됐지만, 식민지배에 저항했던 기억까지 담겨 더욱 각별한 에스페란토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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