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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2일(月)
“에스페란토는 AI 시대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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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언어를 배워 100개 국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에스페란토를 배우세요”
한국에스페란토협회 창립 100주년 맞아 9~11일 기념행사 개최한 서진수 회장


“‘희망하는 사람’이란 뜻의 에스페란토(Esperanto)는 자유·평등·중립을 기치로 내건 평화의 언어입니다. 한 개의 언어를 배워 세계 100개 국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에스페란토를 배우세요.”

한국에스페란토협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9~11일 ‘인공지능(AI)시대의 인공어 에스페란토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개최한 서진수 회장(64·사진·강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에스페란토는 알파벳을 소리 나는 대로 읽고, 품사와 어미 등이 규칙적인 데다 문법도 16개로 단순해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절반의 노력만으로 익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 참여한 세계 각국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로부터 가장 성공적으로 치른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에스페란토는 AI 시대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언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류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행사의 한 프로그램인 ‘제2차 서울-상하이 포럼’에서 한국 전통 음식인 송편과 떡국, 삼계탕이 소개됐는데, 많은 중국 에스페란티스토가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못 갔는데 내년에도 서울에서 개최해 송편 등을 먹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에스페란토는 폴란드 안과의사 자멘호프가 국제공용어로 쓰기 위해 1887년에 만든 언어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전해져 고종황제가 에스페란토의 인류애 정신에 감명받아 배웠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이후 1920년 일제에 침탈당한 조국의 현실과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김억 시인 등이 주도해 조선에스페란토연맹이 창립됐다.

한국의 초기 에스페란티스토로는 1909년 10월 26일 당시 러시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뒤 세계 공통어로 “코레아 후라(만세)”를 외친 안중근 의사, 중국에 거주하면 루신문학 전집 등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한 안 의사 조카 안우생, 회원들의 도움으로 세계 각국의 나비를 수집한 ‘나비 박사’ 석주명, 이화여고 교장 신봉조, 그리고 문예 동인지 ‘폐허’의 오상순, 시조시인 노산 이은상 등이 있다.

서 회장은 “에스페란토를 배운 이후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알게 됐다”며 “세계화 시대에 다른 외국어보다 에스페란토를 먼저 배워 교량어로 사용하는 것이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122개국에 1만5000여 명의 개인회원이 있으며, 언어사용자는 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학습 후 언어소통 가능자가 5000명 정도이다. 구글 번역기 108개 언어 가운데 하나로 에스페란토가 포함돼 있을 정도로 많은 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papago)는 에스페란토 ‘앵무새’에서 따온 말이다. 단국대·원광대 등에 정규과목으로 개설됐으나 현재는 한국외국어대에만 있다.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은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는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 강대국 언어가 강요되지 않고, 어느 나라 언어도 아닌 중립적이며 배우기 쉬운 언어를 사용해 인류가 평화롭게 살자는 자멘호프의 꿈이 담겨 있다.

에스페란토를 쓰는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과 연대성이 남다르다고 강조한다. 51년째 에스페란토를 활용하고 있는 그는 “제 인생 자체가 에스페란토이고, 내 인생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며 지금까지 137회 세계 88개국을 여행하면서 에스페란토를 쓰는 많은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스페란티스토를 위한 세계 민박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서 회장은 “세계 각지에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안내 자원봉사를 해주는 데다 집에서 재워주기도 해 적은 비용으로 여행도 할 수 있고,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이 같은 폭넓은 해외여행을 바탕으로 경인일보에 ‘숨쉬는 지구촌-서진수 교수의 생각하는 세계여행’이라는 제목으로 100회 연재를 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1969년 중학교 1학년 때 친형인 서길수 전 서경대 교수의 권유로 처음 배우기 시작해, 고교 2학년 때는 ‘서울지역 중·고 에스페란토연맹’을 만들며 일찌감치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16년 세계에스페란토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위원회 회장을 지냈으며, 2019년부터 세계에스페란토협회 임원을 맡아 아시아 국가의 세계화와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다.

글·사진=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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