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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지적 문화 시점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3일(火)
軍에 다시 꽂힌 예능… 가학과 재미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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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들 UDT훈련 담은
‘가짜 사나이’ 유튜브서 큰 인기

‘나는 살아있다’ ‘장르만 코미디’
기존 채널도 ‘숟가락 얹기’ 나서

막말·고된 훈련에 부상 우려도
“시대 뒤처진 밀리터리 포르노”


예능 소재로 다시 ‘군’(軍)이 뜨고 있다. 시즌1의 누적 조회수가 5000만 뷰가 넘으며 시즌2로 이어진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를 필두로 유사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근 대위를 섭외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군대 소재 예능이 필수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가학성’ 논란이 여지없이 불거지며 ‘밀리터리 포르노’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근대적 문화가 남았다는 지적을 받던 현실 속 군대는 점차 인권을 중시하는 반면, 미디어 속 군대는 여전히 폭언과 강압, 이에 따른 굴종과 강요된 인내로 점철된 모양새다.

◇숟가락 얹기?…봇물 터진 군대 예능

군대 열풍을 다시 몰고 온 콘텐츠는 단연 ‘가짜 사나이’다. 2013년부터 3년여간 방송돼 큰 인기를 모은 MBC 예능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 제목을 단 이 프로그램은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공동 진행했다. 유명 유튜버들이 해군 특수전전단(UDT) 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담은 ‘가짜 사나이’는 ‘진짜 사나이’보다 “더 진짜 같다”는 평을 받으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가짜 사나이’에 참여했던 이근 대위는 ‘섭외 1순위’로 부각됐고, ‘가짜 사나이2’는 그가 떠났음에도 공개된 지 2주 만에 조회수가 이미 5000만 뷰에 육박한다.

그러자 기존 채널들의 ‘숟가락 얹기’가 시작됐다. 케이블채널 tvN은 오는 11월 5일 ‘여성판 가짜 사나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살아있다’를 론칭한다. ‘대한민국 0.1% 특전사 중사 출신 박은하 교관과 6인의 전사가 재난 상황에 맞서는 생존 프로젝트’라는 기획의도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에는 배우 김성령, 이시영과 방송인 김민경, 오정연, 펜싱선수 김지연, 걸그룹 (여자)아이들 우기가 참여한다. tvN 측은 “특수전사령부 중에서도 정예 요원들로만 구성됐다는 ‘707부대’ 출신 박은하가 교관으로 참여한다”며 “혹독한 생존훈련을 받은 생존 전문가이자 캠핑 크리에이터 박은하는 출연진에게 실용도 100%의 생존 기술들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근 대위의 인기에 기대려는 프로그램들의 노림수는 더욱 명확하다. 디스커버리채널 코리아는 그가 주축이 된 ‘서바이블’을 편성했고,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이근 대위를 만난 개그맨 5명의 ‘무인도 체험기’를 내보냈다. SBS ‘집사부일체’ 또한 이근 대위를 사부로 불러와 출연진이 얼음물 입수를 비롯해 푸시업, 점핑런지 등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이근 대위가 성추행 혐의로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그의 인기가 주춤했지만, 이미 론칭된 유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향후 타 채널들도 비슷한 질감을 가진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을 것이 자명하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에 영향을 받아 유사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건, 방송 통신 융합 시대에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방송이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주도권을 넘겨준 현 실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며 “다만 군대를 소재로 한 예능은 이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에게는 유머로 받아들여지지만, 학교와 군대 등에서 과거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웃을 수 없는 소재이기에 가볍게 다루고 소비하기에 앞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학적이어야 재미있다?…군대 예능의 딜레마

‘가짜 사나이’는 높은 인기, 관심과 더불어 끊임없이 “불편하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수위를 조절한 반면 ‘가짜 사나이’는 마땅한 제동장치나 거름망이 없다. “그래서 수위가 높고 재미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유튜브 콘텐츠를 좇는 소수 네티즌이 아닌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가짜 사나이’로 참여한 교관들의 막말과 출연진을 향한 모욕, 가학적 훈련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즌2 출연자 중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곽윤기에게 “당신 때문에 동료가 퇴교했다”고 모욕적으로 나무라고, 개그맨 손민수를 향해 교관이 “미쳤나 이게”라고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친 줄리엔강에게는 굴러서 가라며 발로 밀고, 저체온 훈련을 비롯해 훈련용 보트 아래에 출연진이 깔리는 상황 등을 보며 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급기야 ‘가짜 사나이’ 측은 11일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곽윤기 선수의 실수로 다소 위험한 장면들이 연출됐는데 해당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 또 체력이 되지 않는데 계속 훈련하겠다는 손민수에게 교관으로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했던 표현이었다. 해당 교관도 직접 손민수에게 사과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미디어 속 군대의 모습이 실제 군대의 현실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명하복이라는 절대 명제하에 온갖 구태가 반복되던 군대는 최근 인권을 중시하고, 강압에 얽매인 전근대적인 모습에서 탈피해가고 있다. 반면 ‘가짜 사나이’를 비롯한 군대 소재 예능 속에서는 여전히 악과 깡으로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무조건 버티라’는 논리가 앞선다.

‘가짜 사나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 유튜브 채널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의 진행자는 “가혹행위가 넘쳐나는 밀리터리 포르노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가혹행위 없이도 충분한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관심도를 높이려는 제작진의 계산 역시 깔려 있다. 군대 소재 예능마다 화생방 훈련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진짜 사나이’로 인기를 끌었던 MBC 예능국 관계자는 “고된 훈련과 이에 힘겨워하는 출연진에게 초점을 맞추면 ‘밀리터리 포르노’라는 반응이 나오고, 긍적적 모습을 강조하면 ‘미화시킨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며 “군대를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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