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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4일(水)
뇌 없는 히드라도 수면… ‘잠 = 뇌의 휴식’ 통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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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훈 UNIST 교수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게재

히드라, 밤낮 구분해 잠자고
수면 부족땐 사람처럼 보충

인간은 잠자며 기억 고정화
히드라는 체세포 성장 시켜

수면조절 유전자 비교 통해
잠의 기원 등 진화원리 규명


뇌 과학자들은 초기부터 수면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잠자는 동안 낮에 수집한 정보를 반복 학습하면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고정되고,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청소’도 이뤄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잠을 잘 못 자는 수면 장애가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나 우울증, 기억상실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학 데이터도 수없이 나왔다. 뇌와 수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요소처럼 보였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뇌가 없는 히드라에서도 수면 행동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추신경계와 수면의 진화 발생적 원리를 규명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규슈(九州)대 다이치 이토 교수팀과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0월 7일 자에 공개됐다.

임정훈 UNIST(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뇌 없는 원시 동물인 히드라가 고등 동물인 사람과 유사한 수면 행동을 하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또 히드라는 수면을 통해 체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동안 뇌의 휴식을 위한 고등 동물의 생체활동으로 여겨져 왔던 수면 행동에 대한 통념을 깨는 연구다. 연구진은 히드라가 사람처럼 밤낮을 구분해 잠을 자며, 물리적 자극이나 주변 온도를 높여 수면을 방해하면 역시 사람처럼 수면을 보충하는 행동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히드라의 움직임을 24시간 연속 촬영했을 때 불이 꺼지면 히드라의 움직임이 둔해진 사실에 착안해 이 ‘둔한 움직임’이 사람의 수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히드라의 수면을 촉진하는 물질은 사람과 달랐다. 사람의 수면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이 히드라의 수면은 거꾸로 촉진했다. 이는 도파민의 역할이 생물 진화 과정에서 정반대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이나 가바(GABA)의 경우 히드라에게서도 같은 수면 촉진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히드라의 수면 현상을 중추신경계를 갖는 초파리, 인간 등과 비교했다. 히드라는 원시적 형태를 갖는 말미잘과 같은 자포동물이다. 이번 연구는 원시 생명체에서 자포동물(히드라)과 절지동물(초파리), 척추동물(사람) 등으로 중추신경계가 점차 발달함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임 교수는 “진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동물들이 언제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는지, 중추신경계 진화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등을 추적해 수면의 기원을 찾는 연구에 중요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진은 ‘무뇌 동물’인 히드라가 잠을 자는 이유도 찾아냈다. 잠은 히드라의 체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히드라의 수면을 방해하면 체세포 증식이 억제된다. 뇌가 있는 고등 동물은 수면 활동을 통해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력에 중요한 신경세포들의 연결고리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연구진은 히드라의 수면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찾아내고 이를 다른 생물과 비교했다. 초파리, 쥐 등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인산화 효소로 알려진 PRKG1 유전자는 히드라의 수면도 촉진했다. 하지만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는 진화된 생물인 초파리와 비교해 정반대의 수면 조절 기능을 보였다. 수면에서 오르니틴 대사와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 역할은 이번에 새롭게 규명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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