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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4일(水)
동시에 여러 생각 들지만… 좌뇌·우뇌, 상호소통으로 일관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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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14) 두 개의 뇌, 두 개의 마음

뇌의 좌반구·우반구 각기 다른 정보 수집한뒤 뇌량 통해 교환… 행동은 경험에 의해 구축된 뇌의 작용일뿐
뇌량 끊긴 ‘분리 뇌’ 환자들 이상행동… 게임에 지면 말로는 괜찮다면서도 손으로 탁자 내리치기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마태복음) 구절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어린 시절 가졌지만, 그만큼 남을 구제할 때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은밀하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갔다.

사실,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알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른손이나 왼손이나 무엇을 알 수 있는 주체는 아니다. 오른손이나 왼손은 그 신체를 담당하는 뇌(brain)에 감각정보를 전달하고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우리의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 있고, 뇌의 좌반구는 우리 신체의 오른쪽을, 우반구는 신체의 왼쪽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오른손이나 오른발은 그곳을 담당하는 좌뇌의 특정 부위가 제대로 작동해야 정상적으로 감각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으며, 왼손이나 왼발 역시 그곳을 담당하는 우뇌의 특정 영역에 이상이 없어야 감각이나 운동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좌뇌와 우뇌 각각에 우리 신체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도 따로 있어서, 가령 좌뇌의 손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손상되면 오른손 감각을 잃게 되고, 우뇌의 손 운동 영역이 손상되면 감각은 있어도 왼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오른손을 좌뇌가 담당하고 있어도 우뇌 역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가 뇌량(腦梁·corpus callosum)을 비롯한 신경섬유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만일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이 끊어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분리된 두 반구가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마음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

과거에는 간질이라고 불렀던 심한 뇌전증으로 뇌의 한 영역에서 시작된 발작이 뇌 전체로 확산해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 뇌세포의 손상은 물론 일상생활 중(가령 계단을 올라가거나 운전을 하는 도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뇌량을 절제하는 외과 수술이 수십 년 전부터 시행됐다. 이렇게 뇌량 절제술을 받은 대다수 환자는 증상이 완화됐음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들이 보이는 특별한 행동상의 변화는 대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의식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신경심리학자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와 그의 제자인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교수는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환자를 대상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스페리 교수는 그 공로로 1981년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분리 뇌 환자 연구 결과들은 우리 마음과 뇌를 이해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어 여기에 간단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연구 결과를 이해하려면 우선 우리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조금 더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 신체의 오른쪽을 좌뇌가 담당하고 왼쪽을 우뇌가 담당하는 것처럼, 우리의 시각 정보 역시 좌우가 교체돼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어떤 장면을 볼 때 응시점을 기준으로 왼쪽에 보이는 장면은 우리 뇌의 우반구로 전달되고 오른쪽에 보이는 장면은 우리 뇌의 좌반구로 전달된다. 가령 여러분이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자신의 코(얼굴 중심)를 보고 있다면 거울에서 왼쪽에 비친 여러분의 왼쪽 얼굴의 모습은 우뇌로 들어가고 오른쪽 얼굴은 좌뇌로 들어간다. 참고로, 자신의 사진 얼굴은 우리가 늘 보는 자신의 거울 모습과는 좌우가 반전된 모습이기 때문에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 우리의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은 완전히 대칭이 아니어서 거울에서 보는 나의 얼굴은 사진 속 얼굴과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의 좌뇌와 우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도 차이가 있어서 좌뇌는 자세한 모양에, 우뇌는 전체적인 형태 인식에 좀 더 특화돼 있다. 마치 우리의 우뇌는 숲을 보고 좌뇌는 나무를 보는 것과 유사하다.

위 사진들은 같은 사진이지만 단지 하나의 사진이 좌우 반전된 것뿐이다. 어떤 사진을 볼 때 느낌이 더 좋은가? 하나의 사진이 다른 사진보다 느낌이 더 좋다면 그 이유는 우리 두 반구에 각기 다른 정보가 전달돼 달리 처리되기 때문이다. 왼쪽에 바다가 보이는 사진이 더 좋다고 느낀다면, 탁 트인 바다의 전체적 장면이 여러분 우뇌로 전달되는 것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선호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가 보는 좌우의 장면이 각기 반대쪽 뇌 반구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리 뇌 환자 실험을 이해하기에 앞서 한 가지 더 알아야 하는 점은, 우리 마음의 여러 기능이 뇌의 영역에 따라 독립적으로 분화돼 있다는 점이다. 가령 말하는 뇌 영역(브로카 영역)은 좌뇌의 앞쪽(전두엽)에 있고, 말을 듣고 이해하는 영역(베르니케 영역)은 좌뇌의 옆쪽(측두엽)에 있다. 이 영역이 손상되면 아무리 발성기관이 온전하고 청력이 좋아도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브로카 실어증)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베르니케 실어증) 된다.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도 전두엽에 위치한 말하는 영역이 손상되면 다른 동작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도 수화 동작을 잘 하지 못하게 되고, 언어를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수화 동작을 보고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즉, 우리 뇌에는 언어 산출과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언어 특정적 영역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뇌 영역은 대부분 좌뇌에 편재돼 있다.

이제 좌우 반구가 분리된 환자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 환자의 왼쪽 시야에 ‘사과’라는 단어와 오른쪽 시야에 ‘포도’라는 단어를 동시에 보여주고 무엇을 봤는지 물어보면 뭐라 답할까? 뇌량이 온전한 사람들은 당연히 사과와 포도를 봤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분리 뇌 환자들은 포도를 봤다고만 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우측 시야에 제시된 포도라는 단어가 좌뇌로 들어가고 말을 할 수 있는 좌뇌만이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뇌로 들어간 사과라는 단어를, 비록 우뇌는 알고 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뇌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에서 여러 과일을 앞에 놓고, 본 단어를 손으로 잡도록 하면 좌뇌가 담당하는 오른손은 포도를 잡을 것이고, 우뇌가 담당하는 왼손은 사과를 잡을 것이다. 우뇌도 말을 못할 뿐 사과를 봤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왜 사과를 잡았는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말을 하는 좌뇌는 왼손이 왜 사과를 잡았는지 알 수 없어서 아마도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 것이다. 가령, “사과-포도 주스가 생각나서 그랬어요”라고.

다음은 가자니가 교수가 했던 유명한 실험이다. 분리 뇌 환자에게 오른쪽 시야(좌뇌)에는 닭발 그림을, 왼쪽 시야(우뇌)에는 눈이 많이 내린 장면을 보여주면서 여러 그림 중 관련 있는 그림들을 손으로 고르도록 했는데, 오른손(좌뇌)으로는 닭 머리 그림을, 왼손(우뇌)으로는 눈을 치우는 삽을 골랐다. 즉, 좌우 각 뇌는 자신의 뇌로 들어온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련된 그림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그림을 골랐는지 물어보면 분리 뇌 환자의 말을 하는 좌뇌는 좌뇌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만(“닭발이 보였으니까 닭 머리를 골랐습니다”) 우뇌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서는 좌뇌가 알 수 없어서 좌뇌는 다시 그럴듯한 이유를 말하게 된다. 가령, “닭장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잖아요”와 같은. 비슷한 실험으로, 분리 뇌 환자의 왼쪽 시야(우뇌)에 “웃어요(Laugh)”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환자가 웃는 행동을 보이는데, 왜 웃냐고 물어보면 말을 하는 좌뇌는 그 단어를 봤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가령, “그냥 당신들이 대단한 것 같아서요. 하하.” 우뇌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하는 좌뇌는 이렇게 보이는 행동이나 사건들, 의식할 수 있는 맥락 정보 등을 이용해 자신의 행동이나 상황을 해석하려 하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화(confabulation)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본인도 이것이 작화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리 뇌 환자의 일상생활은 대부분 큰 문제가 없다. 일상적으로 눈이나 머리는 좌우로 움직이면서 많은 시각 정보가 좌뇌로도 들어가고 우뇌로도 들어간다. 신체의 정보들도 뇌량 이외의 다른 경로들을 통해 양반구로 들어가서 좌우 손발이 잘 협응해 걷거나 물건을 두 손으로 조작하는 데 별문제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분리 뇌 환자의 이상한 행동들이 보고되기도 하는데, 가령, 한쪽 손은 불쌍한 노숙자에게 돈을 주려고 하는데 다른 손이 주지 못하게 막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게임에서 졌을 때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좌뇌) 왼손으로 탁자를 내려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한 쪽 뇌는 신을 믿는데 다른 쪽 뇌는 신을 믿지 않기도 한다.

분리 뇌 환자가 보이는 이러한 행동들이 다소 이상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뇌량으로 좌우 뇌가 정상적으로 소통하는 정상인이라 해도 뇌의 각 영역이 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도와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공존하고, 화를 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참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같은 사람 안에 여러 마음, 생각들이 있지만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상황에 따라 비교적 일관된 행동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더욱이 뇌량이 온전하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석하는 뇌 영역이 뇌의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정보처리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의식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무의식적 학습이나 기억, 습관은 눈에 보이는 이유가 아닌 뇌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며, 단지 우리는 분리 뇌 환자의 작화처럼 이유 아닌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이 두려운 이유, 누군가가 좋거나 혹은 싫은 이유, 뭔가를 하고 싶거나 혹은 하기 싫은 이유, 우리가 각자 의식적으로 열심히 생각하는 그 이유의 이면에는 과거 경험에 의해 구축된 단순한 뇌의 작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 아닌 이유로 작화를 계속하게 되면 거짓된 믿음이 공고화돼 스스로를 기만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분리 뇌 환자 실험 : 간질로도 불리는 심한 뇌전증으로 뇌의 한 영역에서 시작된 발작이 뇌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corpus callosum)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분리 뇌 환자’라고 부른다. 뇌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이 끊어진 이들은 일상생활에 거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보이는 특별한 행동상의 변화는 대뇌반구의 기능 분화와 의식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신경심리학자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로저 스페리와 마이클 가자니가가 분리 뇌 환자를 대상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스페리 교수는 그 공로로 1981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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