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재생산권’ 용어 놓고도 이견

임신·출산·낙태 포괄
진보진영서 주로 사용

“인간을 물질화한다”
보수진영선 반감보여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이 갈리듯 용어 사용에서도 찬성과 반대 측은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이 있다. 진보 진영과 페미니스트들이 주로 쓰는 재생산권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재생산 여부를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신과 출산, 낙태 등을 모두 아우른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태아의 생명권과 동일하거나 더 우선해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재생산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생명을 가진 인간을 물질화한다는 측면에서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재생산권에 대한 이해는 정부의 다양한 출산 정책을 바라보는 견해차의 출발점이 된다. 예컨대 재생산권 개념으로는 자녀 수에 따라 아파트 청약 기회를 달리하는 것은 여성의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태를 포함, 관련 입법과 정책은 여성의 독립적 선택이 존중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생산권에 대한 개념 정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례로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두고 재생산권 옹호자 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시술비 지원으로 출산을 원하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과 “오히려 불필요한 시술을 조장, 여성의 재생산권을 헤칠 수 있다”는 반박이 그것이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선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는 여성의 재생산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성 평등 관련 단체 한 활동가는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성의 재생산권이란 용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수용하는지에 따라 갈린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