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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4일(水)
53년 형법 제정後 낙태죄 논란 지속…“생명권 침해” vs “임신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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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입법예고로 본 낙태죄 논쟁

산아제한책 펼치던 1973년 ‘24주내 허용’하자 낙태 年100만건 넘어 … 法으로 못막아 공감대 커지며 작년 헌법불합치 판결
‘전면폐지 아닌 제한적 허용’ 개정안 놓고 여성계 “역사적 퇴행” vs 종교계 “국가가 생명 보호해야”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원칙적으로 임신 14주까지만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 예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은 “역사적 퇴행”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종교계는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낙태는 임신부와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은 6·25전쟁이 끝나고 1953년 9월 18일 형법이 제정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낙태죄 폐지로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측과 ‘전쟁으로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독립국으로서 주권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4000만 명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낙태 관련 논란은 67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사회 ‘뜨거운 감자’다. 낙태를 둘러싼 공방과 쟁점은 오늘 역시 계속되고 있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의 임신 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 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뼈대는 2010년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간 논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복지부에서 연구용역 등을 통해 얻은 결과를 법무부에 공유하는 등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며 “최근 발표된 임신중단 관련 개정안은 당시 마련된 연구 결과와 논의 과정 등이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단체 회원들(오른쪽)과 낙태를 반대하는 종교단체 회원들이 팽팽하게 맞서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낙태법은 여성의 몸, 권리 및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해 개정 논의가 이뤄졌다. 낙태죄의 토대인 형법은 낙태한 여성(제269조)과 이를 도운 의사(제270조·낙태촉탁) 모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법 조항은 형법이 처음 제정된 후 지금까지 처벌 규정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다 1973년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친족 간 임신,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이 제정되면서 낙태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당시 학계와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을 산아제한을 위한 입법으로 해석했다. 당시 많은 수의 자녀를 둔 가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면서 자녀를 더 갖지 않고자 낙태 시술까지 서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1979년 우리나라 낙태 건수는 100만∼150만 건에 이르며, 1982년에도 100만 건이 넘었다는 추산의 연구 자료도 있다.

모자보건법 개정 이후 낙태와 관련한 큰 틀의 법 개정은 없었다. 그러나 법 개정을 촉구하는 낙태 찬반 세력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 천주교를 중심으로 낙태반대운동의 하나로 모자보건법 개정(낙태 허용한계 규정 폐지) 운동이 전개됐고, 반대로 2010년에는 여성단체들이 ‘임신·출산 및 몸에 관한 결정권 선언’을 통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특히 현실에선 낙태가 무수히 행해지는 가운데, 정작 형법만으로 낙태를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대됐다. 복지부의 2018년 ‘인공 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의 낙태율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15.8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검찰에서 낙태죄로 기소해도 재판에서 실형을 받는 사례가 거의 없어 낙태죄 무용론이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4∼2018년 낙태와 관련, 법정에 선 피고인 64명은 주로 선고유예(32명)나 집행유예(21명), 벌금형(8명)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사기죄나 성매매 알선 등 다른 범죄와 결합한 2명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도 낙태죄 관련 선고를 하면서 낙태를 단죄하는 데 대한 고민을 여러 차례 털어놓은 바 있다.

결국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올해 12월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 이에 법무부는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이를 두고 여성계와 시민단체 간 온도 차가 극명하다. 송혜정 전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는 “낙태를 허용하라는 것은 아이들을 다 죽이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기에 정부의 입법 예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는 범죄 영역에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법안을 지난 12일 발의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은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낙태 관련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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