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10.23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김선규의 사람풍경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6일(金)
“영어도 쓸수있죠”… 환갑 넘어 이루는 배움의 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사각사각, 사각.’

학생들이 왁자지껄 집으로 돌아간 고요한 교실에는 연필 소리만 가득하다. 학생 한 명이 교실에 남아 무언가를 적느라 열심이다.

How do you go to school? 하우 두 유 고 투 스쿨? I go to school by car. 아이 고 투 스쿨 바이 카.

중3 김현희(62) 학생이 영어 단어에 우리말을 달며 숙제를 하고 있다. 입학 당시만 해도 까마득했는데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외계어 같은 영어 글씨가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애써 외면하던 동네 영어 간판들이 슬슬 말을 걸어왔다.

“마구 가슴이 뛰는 기라예.”

자원봉사를 갔다가 우연히 모집공고를 보았던 때를 떠올린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중학교 과정을 모집하는 공고였다. 오래전 잊어버렸던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경북 고령의 산골이 고향인 김 씨는 8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나 언니와 오빠들처럼 자연스레 국민(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부모님 일손을 도와야 했다. 결혼하고 온통 영어로 된 생활용품을 만날 때도 갑갑했지만,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지 못할 때 제일 속상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마음에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배울 수 있다는 설렘에 여러 밤을 설쳤다. 입학시험을 볼 때 산수는 어떻게 하겠는데 영어는 속수무책이었다. 한 글자도 아는 게 없어 백지를 냈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합격 연락이 왔다.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지만 막상 학교에 다닐 생각을 하니 겁이 나고 걱정이 돼서 다시 잠을 설쳤다. 그때 다 큰 아이들이 엄마 손을 꼭 잡고 격려해주었다. 남편도 평소 맺힌 응어리를 알아채고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용기가 솟고 힘이 났다.

머리에 흰서리가 내려앉았지만, 소녀처럼 또 가슴이 뛴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동창생’이란 단어가 본인 생애에는 없을 줄 알았다. 못 배운 한으로 눈물을 삼켰던 세월을 뒤로하고 다시 꿈을 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대견하기도 했다. 여력이 되면 대학까지 진학해 사회복지를 공부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다. 새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꿈꾸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주름진 얼굴에 기쁨으로 빛나는 그녀의 모습이 교정에 활짝 핀 들국화처럼 아름답다.

* 김현희 씨가 재학 중인 대구내일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육청이 운영, 초·중학력을 인정하며 34세부터 87세까지 재학생 평균 나이가 67세다.
[ 많이 본 기사 ]
▶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일수도..
▶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물러날 생각없다”
▶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분류..
▶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 ‘방시혁 책임론’까지… 무엇이 개미를 화나게 했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
‘적반하장’ 추미애
김봉현, 국감때마다 폭로… 민변 출신..
여기자 쫓아가 호텔 침대까지…몰카에 딱 걸린..
topnews_photo 코미디 영화 보랏 속편서 공개…줄리아니 “완전히 왜곡 날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몰래카메..
mark‘방시혁 책임론’까지… 무엇이 개미를 화나게 했나
mark“秋, 무슨 근거로 부실수사라 하나…나에 대해 선택적 의심”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
윤석열 “文대통령, 총선 후 ‘임기 지켜라’ 메시지 전..
성남서 독감백신 접종 후 80세 여성 사망…전국 28..
line
special news ‘갑질 논란’ 아이린 “경솔한 언행으로 상쳐드려 죄..
에디터 갑질 폭로에 사과 15년 차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A씨가 여자 연예인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

line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물러날 생각없..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photo_news
백두산 천지 괴물 또 출현?…“2m 괴생물체 떠..
photo_news
새끼 갖고 싶은 ‘게이’ 펭귄 부부의 웃픈 사연
line
[박경일 기자의 여행]
illust
폭죽처럼 터져버린 ‘가을 색채’… 그래도 당신만의 단풍은 남아..
[이우석의 푸드로지]
illust
뜯어라, 뼈까지 쪽쪽… 씹어라, 육즙이 뚝뚝
topnew_title
number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채 발견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버지 ..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형 고민..
‘적반하장’ 추미애
hot_photo
박하선 “실연 후 ‘진짜 사나이’ 출..
hot_photo
몸무게 317kg 30대의 한탄 “배달..
hot_photo
래퍼 비와이, 비연예인과 결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