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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9일(月)
정치인 출신이 4명… 전투력 앞세운 ‘독수리 6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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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여성 장관 6명 분석

2500여 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철인여왕’의 비전을 제시했다. 플라톤은 이상 국가를 이데아(모든 형상의 숨겨진 원형)를 볼 수 있는 ‘철인왕’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철인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2020년 9월 현재 여성고용률이 51.6%에 달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도 정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 플라톤의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가 “좋은 일에서든 나쁜 일에서든 여성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던 당대 그리스 시대에 이는 무척이나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 유은혜 교육부장관
부드러운 소통…적극 입법 활동
교육계 직접적인 경험은 적어

- 강경화 외교부장관
탈권위주의적…대중적 인지도
北 공무원 피격사건 처리 미흡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과도하게 독선적인 성향 드러내
검찰 개혁에 걸림돌 지적 나와

- 김현미 국토부장관
文 신임받으며 역대 ‘최장수’
부동산 시장 불안정 막지못해

- 박영선 중기부장관
국회의원 시절‘저격수’이미지
돌파력 무기로 부처 위상 키워

- 이정옥 여가부장관
자신 색깔 드러내지 않고 조용
성추행 사건 침묵해 지적 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집권 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후반에는 남녀 동수 내각을 실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많은 여성 장관을 발탁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전체 17명 중 2명에 불과했던 여성 장관은 2020년 18명 중 6명으로 20%포인트 넘게 늘었다. 정치에 관한 한 남녀 간에 본성적인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철인여왕’론이 문재인 정부에서 구현되는 것일까. 하지만 좋은 여성 리더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과 여성 리더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기용한 여성 장관들의 리더십을 점검해 본다.

◇정치인 출신이 6명 중 4명으로 최다, 카리스마와·부드러움·전문성 등 다양한 리더십 소유 = 문재인 정부의 현직 여성장관은 6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강경화 외교부·추미애 법무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유은혜 교육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그들이다. 6명 장관 가운데 김 장관, 추 장관, 유 장관, 박 장관 등 4명이 여당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다. 여성이라는 점 외에 여성장관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점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크게 발견되지 않는다. 우선 김현미 장관과 강경화 장관은 현 정부 최장수 장관들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볼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미 역대 국토부 장관 중 최장수 기록을 갈아치웠고, 강 장관은 내년 3월이면 박근혜 정부 시절 윤병세 장관을 제치고 최장수 외교부 장관 기록을 갖게 된다. 김현미·박영선 장관은 정치인 특유의 뚝심과 돌파력으로 행정부 내에서 해당 부처의 위상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조직 내부의 평가가 있다. 박 장관의 경우 국회의원 시절 날카로운 비판으로 ‘저격수’로 명성을 날리던 인물이지만, 지난해 중기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엔 대외 주목도에 신경 쓰기보다는 묵묵하게 부내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 5선 국회의원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오른 추미애 장관은 강한 리더십의 대명사다. 프랑스의 여성 전쟁영웅 ‘잔다르크’를 본뜬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강 장관은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다자외교 전문가이다. 비 외무고시 출신에다 10년 넘는 유엔 근무로 탈권위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어느 외교부 장관보다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외국 사절들 사이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한국의 ‘마담 세크리터리(Madam Secretary)’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고 한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표방하는 유은혜 장관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6년가량 활동했다. 교육계에 직접 몸담은 경험은 풍부하지 않지만 국회의원으로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정취하고 관련 입법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옥 여성부 장관은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 여성학회 이사와 여성평화외교포럼 공동 대표를 지낸 여성학 분야의 원로 학자로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스타일’이다.

◇‘정권코드’ 집착한 ‘독수리 6자매’? = 문재인 정부의 여성 장관들은 분명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적지 않은 약점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현미 장관과 추미애 장관, 이정옥 장관은 지나치게 현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책만 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원년 장관으로 부동산 정책을 설계 및 집행하는 위치에 있었으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택 임대 시장 불안정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국회에 출석해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다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해 주택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추 장관은 아들의 카투사 복무 당시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하는 등 과도하게 독선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 비판에 귀를 닫고 오히려 거칠게 역공을 펼치는 추 장관의 모습은 여성 리더십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가 소임으로 생각하는 ‘검찰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다.

강 장관의 경우 유엔인권최고사무소 부대표를 지낸 인권 전문가임에도 지난해 북한 선원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함구해오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 군부에 피격된 뒤 시신이 훼손된 사건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자외교와 인권 전문가로서 소신을 드러내지 않는 동시에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대응을 논의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불참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 장관이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장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여비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장기간 침묵하면서 충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성 인권이 가장 극단적으로 침해받은 사건 앞에서 입을 닫은 여가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각에서 제기됐다.

◇잘하든 못 하든 성별 아닌 개인 자질로 평가해야 = 후보 시절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 집권 4년 차가 됐지만 개각 때마다 여성 장관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그때마다 ‘사회 각계에 여성 인재 풀이 좁아 여성 장관 발굴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여성 장관들에 대해 ‘여성 중에 고르다 보니 전문성이 없다’ ‘문 정부의 마스코트’라는 비하적인 평가까지 들린다. 여성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긍정 평가든, 부정 평가든 성별이 아닌 자질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일부 여성 장관이 맞닥뜨린 문제점은 역대 수많은 남성 장관에게서도 유사하게 발견되고, 이는 인사 실패이지 여성 인사 실패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성 리더를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라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절반이 여성인 시대에 이 장관들을 여성으로 분류해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여성 장관이 일을 못 한다면 그 개인이 못 하는 것이지 여성이라서 못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강경화 장관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열린 NSC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강 장관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 청와대의 문제이지 강 장관 본인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라며 “단순히 여성이라서 중용하는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에 맞는 인사 배치를 통해 여성의 실질적인 정책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사회 곳곳에서 워낙 여성 비율이 낮다 보니 여태까지 여성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리더십, 남성 리더십을 구분해 연구하는 경향이 학계에서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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