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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19일(月)
최성수·카더가든이 불러도 메시지는 하나…‘그대 돌아오라 나의 궁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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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명동 콜링’

유명인사가 묻는다. “그런데 내가 무엇으로 유명한 거죠?” 돌아오는 대답. “유명한 거로 유명한 분이시죠.”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 2012)에 나오는 대사다. 명대사는 극장에서 나와도 지워지지 않는다. 부유물처럼 떠올라 이따금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명곡에도 두 부류가 있다. 그냥 유명한 노래도 있고 문득 들어보니 가슴이 얼얼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노래도 있다. 귀를 즐겁게 하는 노래는 좋은 노래지만, 심금을 울리는 노래는 훌륭한 노래다. 심금은 마음의 거문고라는 뜻인데 마음을 울려주는 그 노래가 바로 명곡이다.

불후(不朽)는 썩지 않는다는 뜻이다. 명곡은 좌판에서 썩지(부패) 않고 무대에서 삭아야 한다(발효). 지지난 토요일(10월 10일) ‘불후의 명곡’(KBS2)엔 여섯(거문고 줄 숫자) 명의 가수가 출연했다. ‘가요 톱10’(KBS2)에서 5주 연속 우승으로 골든컵을 수상했던 ‘명가수’들이다. 한때 경쟁자였던 그들은 이제 친구이거나 형제다. 하여간 세월은 사람을 착하고 겸손하게 만든다. 최종 우승자는 최성수였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히트곡 ‘동행’의 가수답게 그는 “경연이란 생각을 안 했고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가창력만큼 선곡도 중요한데 그날의 명곡은 ‘명동 콜링’이었다. 원곡가수는 크라잉넛(2006년 5집 수록·사진)이지만 널리 알린 가수는 카더가든이다. 이름을 들었을 때 외우기가 쉽지 않았는데 유래를 듣고는 웃음이 났다. 본명이 차정원인데 영어로 차(Car)와 정원(the Garden)을 합친 거란다. 가수가 되기 전 콜센터, 자동차 부품 공장 등에서 일한 적도 있단다. 시간이 난다면 세 곡을 발표역순으로 들어보기 바란다. 최성수, 카더가든, 크라잉넛의 순서로 말이다. 거의 딴 노래처럼 들릴 거다. 다른 편곡, 다른 목소리, 다른 창법. 그러나 가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똑같다. 이것이야말로 음악동네의 공존 공생 아닐까. ‘관객도 없고 극장도 없는/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지.’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변하면 호소력이 가중된다. ‘보고 싶다 예쁜 그대/ 돌아오라 나의 궁전으로/ 바람 불면 어디론가 떠나가는 나의 조각배야.’

▲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크라잉넛은 25년을 함께 달려왔다. 역주행은 있어도 멤버 교체는 없었다. 외모도 노는 모습도 20대 같은데 벌써 40대 중반이다. 1990년대 후반 ‘음악캠프’(MBC) 책임PD일 때 누군가 홍대 근처에 인디 가수가 꽤 있으니 그런 음악인들도 불러내자는 의견을 냈다. H.O.T.와 젝스키스가 10대 팬들을 몰고 다니던 시절이다. 인디, 언더의 대표선수로 나온 게 크라잉넛이었다. 그들의 리허설을 처음 접하고 나는 그 충격의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데뷔곡 ‘말달리자’에는 세 명의 ‘거지’가 등장한다. ‘살다 보면 그런 거지’ ‘이러다가 늙는 거지’ ‘복잡하고 예쁜 거지’ 그리고 나는 세 번 놀랐다. 우선 행색이 너무도 ‘거지’ 같아서 놀랐다. 두 번째는 그들이 뿜어내는 소리의 서늘함에, 세 번째는 이 ‘거지’들이 던지는 말의 진정성에 놀랐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실은 악을 쓰고 있었다) 그 소리는 썩어가는 세상에 던지는 비수였고 폭탄이었다.”

이제 정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꽃이 있어야 정원이다. 시인(김춘수)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지만 음악동네에서는 ‘내가 그의 노래를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악보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노래를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벗이 되었다’고 고쳐 쓴다.

‘명동 콜링’을 부른, 아니 불러낸 가수들을 호명하자. 카더가든(1990년생), 크라잉넛 멤버들(1974, 1976, 1977년생), 그리고 최성수(1960년생). 이러니 음악동네엔 무덤이 없다. 부활이 있을 뿐이다.

프로듀서 작가·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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