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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0일(火)
文정권, 한반도 안보수호란 美의 근본 가치 부정… 동맹 동시다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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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권의 한·미 동맹 이상징후

韓美, 대북관·안보관·정체성 불일치로 신뢰 훼손… 종전선언 등 다방면에서 불협화음 드러내
韓, 남북협력·평화경제 기대하지만 美는 北 불량국가 인식… 굳건한 동맹 위에 ‘북한 정상국가화’ 유도해야


최근 들어 한·미 동맹의 동시다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무엇보다 동맹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에서 상당한 불일치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두 나라 간 정체성의 불일치로 양국 간 신뢰관계가 손상되고 다방면으로 동맹에 균열이 일어나는 시점에 이른 듯하다. 공동의 가치나 규범에 변화가 생기면 동맹은 약해지고 궁극에는 와해의 길로 간다. 한·미 정체성의 불일치 한가운데에 대북관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다발 이상징후들

지난 14일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한·미연합사 및 유엔사의 역할 문제, 주한미군 훈련 문제 등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었고 과거보다 미국 측이 자기 입장을 강경한 태도로 주장했다고 한다. 올해 집행돼야 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연말이 가까워지는데도 원론적 입장만 반복되고 있으니 정말 이상하다. ‘주한미군 규모 현 수준 유지’라는 중요한 문구가 앞뒤 배경 설명도 없이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성명에서 12년 만에 빠진 것도 심상치 않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전략적 연계인 ‘쿼드’(미·일·인도·호주) 회의가 가까운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려 유난히 한국의 불참이 두드러졌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출장 직전 한국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 최근 우리 공무원을 북한이 총격 살해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시큰둥한 건 동맹 간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걸 말해준다.

한·미 간 불협화음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끊임없이 계속됐다. 2018년 제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제3국에 요청하고 다니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 남북철도연결사업, 금강산관광 등 문 정부가 주도하는 남북 경협에 대해 미국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제동을 거는듯한 모양새도 진행형이다. 한·미 간 불편한 이슈들은 각각 나름의 배경과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한·미 간에 북한을 보는 기본 시각이 달라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런 시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동맹의 균열과 韓의 대북 인식

한·미 두 나라는 동맹의 목적에서부터 균열을 보인다. 통상 국력의 차가 현격한 두 나라의 동맹은 ‘자치·안보교환동맹’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 정부와 여권 등 집권세력 일각에서는 미국의 한국 안보 지원·수호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이는 동맹을 지속하는 요인으로서의 정체성 불일치에서 나온다. 두 나라 사이에서 공유하는 정체성에 변화가 생기면 동맹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와해의 길로 간다. 한·미 동맹은 지금 공동의 가치와 규범이라는 정체성의 불일치로 신뢰관계가 손상되고 그 결과 동시다발적으로 동맹의 균열이 일어나는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 불일치의 한가운데에 대북관이 있다. ‘종전선언’ 사례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문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을 경제 협력과 통일의 파트너로 본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막을 올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미북 정상외교로 한반도에 평화가 왔는데 미국과의 핵 협상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경제협력의 모멘텀이 상실됐다고 본다. 역사적인 기회가 미국 매파의 강박관념으로 방해받았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문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일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정상궤도로 복귀시키며 제재 완화를 통해 남북경협의 길을 닦으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주창한 ‘평화경제’ 구상과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밝힌 ‘생명공동체’ 구상 등을 통한 남북 간 경제교류와 통합으로 임기 내에 한민족의 공동 번영이 일정한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맹의 균열과 美의 대북 인식

미국은 이 같은 한국 내 생각의 흐름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전선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걸 선언한다 해도 북한의 전략과 행동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자 간에 평화협정을 맺기 이전 중간단계로서 정치적·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평화협정에 도장을 찍어도 파기해 버리면 찢어진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동·서양의 전쟁사가 입증하고 있다. 하물며 아무런 구체적 합의도 없고 구속력도 없는 종전선언을, 북한이 존중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후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제외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로 본다. 게다가 국가 주도로 사이버 해킹, 달러 위조지폐 제작과 유통, 마약 밀매, 이란·시리아 등에 대한 미사일 및 각종 무기 수출 등 불법 행위를 수십 년 계속하고 있는 불량국가(rogue state)의 전형으로 본다. 미국은 또 2014년 ‘유엔 북한 인권 조사보고서’에 기록된 대로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할만한 체계적이고 악랄한 인권 유린 행위를 국가정책으로 자행하고 있는 ‘21세기에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운’ 범죄집단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미국의 기본 인식은 조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역시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한다고 쇼를 하지만 정작 김정은의 목에 감긴 제재의 사슬을 조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인식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핵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내 강경파 때문이 아니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부분적’ 비핵화를 통해 제재를 풀고 경제를 살리며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향상시킨다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이미 2013년에 공식화했다. ‘부분적’ 비핵화의 함정을 잘 아는 미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강제할 평화적 방법을 찾고 있지만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핵은 북한의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맹 통한 北 정상국가화 우선

국가 안보정책을 다룰 때는 현실과 꿈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아무리 가치 있는 목표라도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신형 전략 무기들을 자랑하며 비무장 한국 국민을 총살하고 불태우는 북한에 대해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것이 국가가 무엇보다 앞세워야 할 일이다. 제재를 강화해 북으로 하여금 핵 개발과 각종 불법 행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그대로 둔 채 자본주의 체제와 통합된 경제단위를 만들어 보려는 구상도 꿈에 불과하다.

북한의 진정한 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초당적인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유도하는 조치들을 꾸준히 취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파악부터 다시 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딴판이니 한·미 간 정체성의 위기가 생기고 신뢰가 무너져 동맹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세줄 요약

동시다발 이상 징후 : 문재인 정부 일각, 미국의 한국 안보 수호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 강함. 현재 한·미 간 공유 가치와 정체성 불일치로 동시다발적으로 동맹 약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 그 중심에는 양국의 극명한 대북관 차이가 자리함.

동맹의 균열과 韓의 대북 인식 : 대북관 차이는 ‘종전선언’ 사례에서 잘 드러남. 문 정부는 종전선언으로 제재 완화하고 남북경협의 길을 닦아 ‘평화경제’ 구상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민족의 공동 번영이란 결실을 임기 내에 거둘 것으로 기대함.

美 대북 인식과 동맹의 미래 : 미국은 북을 미 본토 공격 능력을 갖춘 국가이자 ‘불량국가’의 전형으로 생각함. 국가 안보정책을 다룰 때는 현실과 꿈을 구별해야 함. 초당적인 국가전략과 굳건한 한·미 동맹 위에 ‘북 정상국가화’를 유도하는 게 우선 과제임.

■ 용어 설명

‘자치·안보교환동맹’은 두 나라의 국력 차가 클 때 강대국이 안보를 지원하는 대신 상대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하는 동맹이론. 두 나라의 국력이 서로 비슷하면 ‘국력결집동맹’을 만들어 냄.

‘쿼드’는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말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공식 제기했으며,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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