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K-팝 놀이터’ 된 빌보드차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부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NCT127.

- ‘빌보드 200’ : 앨범 순위… 대량구입 팬덤 영향
- ‘빌보드 핫100’ : 노래 순위… 美서 인지도 높아야
- BTS 이전 도전史 : 강남스타일 2위… 노바디 76위

1894년 뉴욕 음악잡지로 시작
1950년대 중반부터 순위 발표

원조걸그룹 김시스터즈 첫노크
1962년 ‘찰리브라운’ 싱글7위

BTS ‘200’‘핫100’ 모두 1위
비틀스·비지스 등 이어 5번째

블랙핑크·슈퍼엠·몬스타엑스
톱5 올라 ‘포스트 BTS’ 유망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미국 빌보드차트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은 오랜 기간 변방이었다.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2010년대 접어들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기점으로 K-팝이 빌보드차트를 맹렬하게 공습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걸그룹 블랙핑크와 보이그룹 NCT, 몬스타엑스 등이 경쟁적으로 빌보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가 ‘K-팝의 놀이터’가 됐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① 빌보드차트란 무엇인가

빌보드는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된 대중음악지(誌)다. 음악 관련 평을 비롯해 아티스트 인터뷰, 신보 소개 등에 주력하던 빌보드는 1950년대 중반부터 앨범 판매량과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더해 대중음악의 순위를 집계해 발표했다.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후에는 스트리밍 등도 점수에 반영했다.

카테고리별로 순위를 발표하는 빌보드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메인 차트는 싱글차트인 ‘핫100’과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이다. 메인 차트는 아니지만 장르별 음악의 순위를 매긴 팝송／라틴 송／록&얼터너티브 송／컨트리 송／R&B·힙합 송／댄스·일렉트로닉 송／클래시컬／재즈 등의 차트도 별도로 존재한다. 국내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앨범 ‘더 베스트 레미니센트’(The Best Reminiscent)가 지난 2월 클래시컬 차트에 진입한 후 14주 넘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도 이 앨범은 해당 차트 7위에 랭크돼 있다.


② 왜 빌보드는 신설 차트를 포함시켰나

빌보드는 지난 9월 주간 차트인 ‘빌보드 글로벌 200’(Billboard Global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Billboard Global Excl. U.S.)을 선보였다. ‘빌보드 글로벌 200’은 세계 200여 개 지역에서 수집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음원판매) 수치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한다. 그리고 ‘빌보드 글로벌’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전역의 인기곡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

최근 빌보드가 두 차트를 신설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의 발달로 음악적 국경이 희미해지고,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노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팝의 성장세가 차트 신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0월 셋째 주 현재, 빌보드 글로벌 200의 1위는 방탄소년단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이다.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려 1∼3위를 K-팝 가수들이 독식했다.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는 ‘러브식 걸즈’가 1위고 ‘다이너마이트’와 ‘새비지 러브’가 그 뒤를 이었다.


③ 방탄소년단 以前 빌보드 도전史

한국 가수의 빌보드 도전기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결성돼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3인조 걸그룹 김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진출한 데 이어 1962년 히트곡 ‘찰리 브라운’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7위에 올랐다. 이후 한동안 명맥이 끊겼으나 2000년대 들어 다시금 빌보드를 노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1년, 김범수가 자신의 히트곡 ‘하루’를 영어로 리메이크해 빌보드 ‘핫 싱글즈 세일즈’차트 51위에 안착했다.

메인 차트인 핫100에 진입한 첫 주인공은 걸그룹 원더걸스다. ‘텔미’와 ‘노바디’로 국내 가요계를 점령한 후 미국 진출을 선언한 원더걸스가 2009년 현지에서 발표한 ‘노바디’는 핫100 76위를 기록했다. 이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7주 연속 핫100 2위를 사수했다.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 한국인으로 첫 족적을 남긴 가수는 보아다. 그는 2009년 3월 발표한 앨범 ‘보아’로 127위를 차지했다.


④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족적

2017년부터는 방탄소년단의 파상 공세가 시작됐다. 그해 ‘DNA’(67위)로 핫100 차트에 처음 등장했고 ‘마이크 드롭’으로 28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1년 후 발표한 ‘페이크 러브’로 첫 톱10에 진입한 뒤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올해 ‘온’(ON)으로 4위를 기록한 뒤 지난 8월 ‘다이너마이트’로 드디어 핫100 정상을 밟았다. 이와 함께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76위),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81위)도 핫100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6월 ‘LOVE YOURSELF 轉 Tear’(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200 1위를 차지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2019년 4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이어 지난 2월 정규 앨범 ‘맵 오브 더 솔: 7’으로 4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은 ‘새비지 러브’로 재차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빌보드 1, 2위에 나란히 게재됐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핫100 1, 2위를 동시에 차지한 통산 5번째 그룹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비틀스, 비지스, 아웃캐스트가 이 같은 성과를 냈고, 2009년 블랙아이드피스가 ‘붐 붐 포’(Boom Boom Pow)와 ‘아이 갓타 필링’(I Gotta Feeling)으로 나란히 1, 2위에 오른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다.


⑤ ‘빌보드200’과 ‘핫100’

지난 8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고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때 “이미 1위에 오르지 않았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앨범’을 기준으로 하는 순위인 빌보드200과 ‘노래 한 곡’을 대상으로 하는 핫100의 개념을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혼란이다.

빌보드200은 앨범 판매량과 트랙별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등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긴다. 그래서 신곡 발표와 동시에 앨범을 구입하는 대규모 팬덤인 ‘아미’를 보유한 방탄소년단 입장에서 좀 더 공략하기 쉬운 차트였다. 게다가 팬 한 명이 10장의 앨범을 구매해도 모두 실수량으로 체크되기 때문에 팬심이 강한 팬이 많을수록 순위를 끌어올리기 쉽다.

하지만 핫100은 미주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뽑는 차트다.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 외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주요 지표다. 이 때문에 신곡이 라디오를 통해 더 넓은 지역에 송출되기 위해서는 해당 가수가 보다 큰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팬들이 아닌 범(汎)대중이 방탄소년단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빌보드200 정상에 오른 후 미국의 유명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접점을 넓혔다. 게다가 ‘다이너마이트’는 영어 가사로 발표해 언어의 장벽까지 뛰어넘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져 핫100 정상 등극이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⑥ 연말 차트(Year End Chart)란

빌보드는 연말 차트(Year End Chart)를 매년 발표한다. 한 해 동안 각 부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앨범과 노래, 아티스트를 선정해 순위를 정해 발표한다. 국내 각 방송사가 연말 시상식을 여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빌보드가 발표한 2019년 연말 차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톱 아티스트 듀오/그룹’차트 2위, ‘톱 아티스트’차트 15위를 기록했다. 특히 ‘톱 아티스트 듀오/그룹’차트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2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1위 등극에 도전한다. 또한 ‘소셜 50 아티스트’ ‘월드 앨범 아티스트’ ‘월드 디지털 송 아티스트’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차트에서 1위, ‘톱 앨범 세일즈 아티스트’차트 3위, ‘빌보드 200 아티스트’차트 26위에 오르며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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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빌보드 정상 밟은 비(非)영어권 노래

빌보드는 공신력이 높은 만큼 콧대도 높다. 비(非)영어권 노래는 ‘월드뮤직’으로 분류된다. K-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간간이 월드뮤직의 ‘반란’이 있었다.

아시아 가수 중 처음으로 핫100 1위에 오른 노래는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坂本九)가 발표한 ‘스키야키’다. 이 노래를 포함해 현재까지 영어가 아닌 언어로 불러 빌보드차트 정상을 밟은 노래는 총 6곡이다. 1950년대 ‘볼라레’(이탈리아)를 비롯해 1960년대 초에는 ‘도미니크’(프랑스)가 1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에는 라틴 열풍과 함께 ‘람바다’ ‘라밤바’(스페인)가 빌보드를 호령했고, 199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재미있는 율동으로 인기를 끈 ‘마카레나’(스페인)가 빌보드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처럼 노래 한 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핫100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이 노래로만 기억되는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라 불린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4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정상을 밟은 데 이어, ‘다이너마이트’가 핫100까지 석권하며 롱런 채비를 갖췄다.


⑧ ‘포스트 BTS’는 누가 될 것인가

방탄소년단은 K-팝이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신작로를 냈다. 현재는 방탄소년단의 위력이 압도적이지만, K-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포스트 BTS’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가장 근접한 그룹은 블랙핑크다.

블랙핑크는 최근 발표한 첫 정규 앨범 ‘디 앨범’(The Album)으로 빌보드200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자신들이 세운 모든 기록을 뛰어넘는 동시에 역대 K-팝 여성 그룹의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빌보드차트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2008년 4월 미국 여성 그룹 대니티 케인의 앨범 ‘웰컴 투 더 돌하우스’가 1위에 오른 후 12년 만에 세운 최고 성적이다. 이 외에도 블랙핑크는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타이틀곡 ‘러브식 걸즈’로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외에도 최근 빌보드를 두드리는 K-팝 그룹이 크게 늘었다. 역시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지난해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200 정상에 올랐던 SM엔터테인먼트 연합그룹 슈퍼엠은 최근 발표한 ‘슈퍼원’으로 또 다시 2위에 안착했다. 이 외에도 그룹 몬스타엑스와 NCT127이 각각 해당 차트 5위에 랭크됐다. 이렇듯 지금껏 빌보드200 톱5에 이름을 올린 K-팝 그룹은 총 5팀이다.


⑨ 오피셜차트는 무엇인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해외에서 거둔 성과를 평가할 때 빌보드차트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오피셜차트’다. 이는 유럽을 대표하는 차트인 영국 음반 차트(UK Albums Chart)의 공식 이름이다. 오피셜 차트 컴퍼니(The Official Charts Company)가 1950년대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오피셜차트는 비틀스, 듀란듀란 등 영국 뮤지션들이 미국과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집어삼킨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 한창이던 1960∼1980년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브리티시록(1960년대), 브리티시헤비메탈(1970년대), 뉴웨이브(1980년대) 등의 장르가 오피셜차트를 먼저 장악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전파되는 수순을 밟았다.

한국 가수 중에서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012년 오피셜 싱글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싱글차트 3위를 기록했고, 블랙핑크는 이번 앨범으로 앨범차트 2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⑩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차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차트는 미국에 이어 세계 음악 시장 규모 2위를 자랑하는 일본의 오리콘차트다. 일본 회사 오리콘(Oricon)이 발표하며 오리지널 컨피던스(Original Confidence)의 줄임말이다.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순위를 매기는 공신력 있는 차트다. 1968년부터 집계됐으며 빌보드차트, 오피셜차트와 함께 세계 3대 차트로 분류된다.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이 활발한 만큼, 오리콘차트에서는 K-팝 가수들의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초로 오리콘차트 1위에 오른 한국 가수는 ‘오리콘의 신성’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보아다. 2002년, 불과 16세 나이에 일본에 진출한 보아는 그해 오리콘차트 1위 및 밀리언셀러(약 125만 장) 가수로 등극했다. 처음으로 오리콘차트 1위를 차지한 한국 남자 가수는 의외의 인물이다. 1세대 한류 스타인 류시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5년 발표한 싱글앨범 ‘사쿠라’로 이 차트 정상에 섰다. 이후 오리콘차트는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의 각축장이 됐다.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2PM 등이 앞다퉈 진출했고 최근에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오리콘차트를 연이어 석권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