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M&A… SK, 낸드 점유율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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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에 인텔 낸드사업 인수

메모리 분야 사업구조 다변화
기업용 SSD 글로벌 1위 도약
AI·5G 상용화로 수익 기대 커
2021까지 주요국 승인 얻어야

SK하이닉스가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 원대 인수·합병(M&A)이란 초유의 승부수를 던진 것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끌어올려 전세계 2위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D램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가진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반 기업개선작업 때 시작한 낸드사업에선 좀처럼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번 M&A를 계기로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지난 8년간 이어진 투자가 결실을 보면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전세계 낸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 분야에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SK하이닉스는 고객과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계속 남는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서 낸드 시장은 D램 성장세를 웃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낸드 2위 업체로 올라선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부문에서는 전세계 5위에 머물고 있다. 옴디아 분석 결과, 올해 2분기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3.8%로 1위, 인텔이 11.5%, SK하이닉스가 11.4%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하면 낸드시장 점유율은 20%를 넘게 돼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SSD 시장 성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탄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지만 ‘언택트(Untact·비대면)’ 시장은 커지면서 SSD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AI, 빅데이터,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8년간 낸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왔다. 2012년 6월 낸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전문 회사인 미국 LAMD를 2000억 원에 인수했다. 2018년 6월에는 4조 원을 들여 낸드의 맹주인 일본 도시바에 지분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2021년 말까지 주요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大連) 공장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이후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SK하이닉스는 2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 관련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 인력 및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