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펀드게이트 ‘수사 지휘’ 손 떼야 할 사람은 尹 아닌 秋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19일 수사지휘권 발동은 그 취지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적반하장이라고 할 정도로 부실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범죄자의 옥중 편지 보도, 상반된 입장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은 감찰, 수사지휘권 발동 등 일사불란한 과정을 보면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킨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는 인사권 등을 가진 ‘정무직’ 장관이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고, 불가피한 최소한에 한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수사 독립 장치다.

이런 취지 때문에 추 장관 이전에는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차례 발동됐을 정도로 억제됐다. 올 초 취임한 추 장관은 벌써 두 번(한명숙 수사팀 감찰 포함 땐 세 차례) 휘둘렀다. 지난 7월 채널A 사건에 이어 19일엔 라임 펀드 사기사건과 윤석열 총장 가족 사건 4건 등 총 5건에 대해 윤 총장에게 최종 결과만 보고하도록 했다. 추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이 호들갑을 떤 채널A 사건은 ‘검·언 유착’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번 건도 윤 총장이 아니라 추 장관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해온 정황이 더 큰 문제다. 추 장관의 잦은 수사지휘권 발동이 입법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더 강해 보이는 이유들이다.

추 장관은 지휘 근거로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위를 직접 보고 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지난 5월 전임 지검장이 총장 면담 과정에서 보고했고, 8월쯤 대검에 관련 내용을 정식보고 했다”고 증언했다. 윤 총장은 ‘국감 등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니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중상모략’ 아닌가.

반대로 추 장관은 올해 1월 라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윤 총장의 거듭된 존치 요청에도 해체시켰다. 또,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핵심 간부들의 잔류 요청마저 거절했다. 수사에 손을 떼야 할 사람은 정작 추 장관인데, 이젠 윤 총장에게 되레 덮어씌운 셈이다. 윤 총장 가족 문제는 오래된 사안들로 이미 상당 부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고, 윤 총장 역시 가족 사건 수사는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망신주기용 아닌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성 상실은 물론 직권 남용으로도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