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군부와 결탁한 現국왕… ‘왕권 강화’ 개헌하고 왕실재산 권한도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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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들 학대와 방탕한 사생활
코로나 피해 독일로 떠나 거주

#WhyDoWeNeedAKing (#왜 우리가 왕을 필요로 하는가).

지난 3월부터 트위터상에서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와 관련해 빠르게 퍼져 나간 해시태그다. SNS 사용에 능한 10∼20대 젊은이들은 ‘해리포터’ ‘헝거 게임’ 등 대중문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면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에, 그리고 그 권력을 오랜 기간 신봉해왔던 기성세대에 맞서고 있다. 오랜 왕정 역사를 바탕으로 왕실 모독 자체가 금기시돼왔던 태국에서 젊은이들이 왕정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는 뭘까.

태국에서 ‘왕실모독죄’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왕비·상속자·섭정자 등 왕실 구성원과 함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한 사람을 3∼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08년 제정 이후 1976년 처벌 수준이 한 차례 강화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왕에 대한 경배’ 정신은 헌법에서도 언급하는 국가적 가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모독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없어 태국 당국이 해당 법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BBC방송에 따르면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 조사 결과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조사된 사람의 수가 최근 12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왕에게 모욕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낸 할아버지부터 술에 취해 선대 왕의 포스터에 스프레이를 뿌린 스위스인까지 나이와 국적 불문의 다양한 범법자가 구속됐고 약 4%(2016년 기준)만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강력한 왕가 존중 문화는 직전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 집권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1946년부터 서거하던 때인 2016년까지 무려 70년간 재위하며 세계 최장수 기록을 세웠지만, 민생 개선에 주력하면서 태국을 중진국 반열에 올려놔 ‘태국 국민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던 인물이다. 최근 몇 달 새 가열된 젊은이들의 분노는 그의 아들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의 실정에서 시작한다. 마하 국왕은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있는 태국에서 ‘절대군주제’에 노골적으로 집착해왔다. 2016년 10월 즉위한 그는 몇 달 뒤인 2017년 4월 헌법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쁘라윳 짠오차 총리 주도로 ‘왕권 강화’를 명시한 새 헌장을 쓰게 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총리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면서 친(親)군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고, 2017년 7월에는 당시 약 30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로 추정된 왕실 재산에 대한 전권을 왕에게 일임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수도 방콕에 본부를 둔 모든 군부대를 자신의 휘하에 편입시킨 것을 두고는 왕권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의회(CFR) 소속 동남아 전문가 조슈아 쿨란트칙은 이와 관련해 “태국 정치의 중심을 자신에게 옮기면서 군과 다른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교묘히 축소했다”고 언급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는 실질적인 통치 집단인 쁘라윳 정부를 개혁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선 그 위에 군림해 온 왕실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셈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매슈 윌러 선임연구원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태국은 현재의 사회·정치적 위계질서에 지쳐 있다”면서 “왕이 그 질서의 정점에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부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군주제의 정당성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