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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랑합니다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2일(木)
밝은 얼굴 맑은 음성으로 환우들을 맞이하는 의사가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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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번째 생일 맞은 아들에게

종원아!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강이 강물을 버려 바다가 되고, 바람이 구름을 버려 하늘을 만들고,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소리를 버려 풍경을 만들 듯, 나무는 잎을 버려 열매를 만드는 가을. 풍성한 수확을 약속받은 이 좋은 계절에 생일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축하 편지를 쓰자니 감회가 새롭다.

아버지 출근길이면 헤어지기 싫어 가슴에 안겨 울며 보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구나. 세월의 더께를 하나씩 들춰 보니 가슴 저린 사연이 적지 않다. 개업 의사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의사로 살고 싶지 않다며 생명공학과로 진학했었지. 무엇이 너의 생각을 바꾸게 했는지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너도 의사가 됐구나. 이제 건실한 청년이자 의젓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돼 사회인으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네. 집을 떠나 20여 년 동안 공부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단 한 달 만이라도 쉬고 싶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피곤한 몸과 마음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아버지 곁으로 와줬구나.

서울 생활에 젖어 지방으로 내려오기 싫었을 텐데도 울산으로 온 것은 나이 들어 진료하는 게 힘에 부치는 아버지에 대한 배려가 내심 작용했을 터. 대견스럽고 한편으론 고마운 마음이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아들에게 아버지의 당부가 가당치가 않다는 것은 잘 알지만 너의 생일을 맞이해 몇 가지만 부탁하고자 한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에 직면하게 된다. 땅에서 고드름이 솟구치기도 하고,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며, 사기를 치고 달아난 친구가 스승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 황망하기도 하고, 배신감에 몸서리칠 때도 있을 것이다.

대해가 잔잔하고 늘 푸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싶구나. 바다에는 ‘이배용’이 살고 있지. 때로는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하고, 폭풍이 불고 해일이 일기도 하지만 이내 잔잔해지지. 그 이유는 바다에는 이해라는 물고기와 배려라는 산호초와 용서라는 고래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란다.

종원아! 다 큰 자식에게, 더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너에게 주절주절 당부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일까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너에게는 노파심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아버지의 눈에는 아무리 나이 든 자식이라도 철부지처럼 보이는 것이란다.

어쩌다 보니 생일 축하 편지가 꼰대의 잔소리 한마당이 됐구나. 부디 몸과 마음이 항상 건강하고, 밝은 얼굴과 맑은 음성으로 내원하는 환우들을 맞이하자. 진료실 액자 글귀처럼 찡그리며 왔다가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자.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너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아버지처럼 강박적이지 않고 느긋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욕구가 되고, 욕구는 욕심을 불러온다. 자칫하면 금전의 노예가 될 수 있지. 유형의 재산보다 무형의 재산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구나. 다시 한 번 생일을 축하하며, 진정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기를 축원한다. 정신과 의사 선배이자 아버지가.

김정곤 울산 김정곤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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