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1년에 한 번 서면 개최

최근 5년간 인상의결 반영된 예산은 34건 중 6건뿐

국고 보조사업 등 지방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거나 지방세 수입에 영향을 미칠 법령 제·개정을 심의하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개최 현황’에 따르면,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201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연 1회씩 모두 서면 심의로 진행됐다. 2018년은 문재인 정부가 재정 분권 1단계 계획을 발표하며 지방분권을 시도한 첫해이기도 하다.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2012년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출범했다가 2013년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됐다. 2015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위원회 의결 사항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고, 2017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 각 1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조항이 재차 개정됐었다. 지자체 입장에선 정부에 재정 부담 요인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위원회 의결의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재정법 제27조는 ‘행안부 장관은 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을 각 부처의 장 및 지자체장에게 즉시 통보해야 하고, 부처의 장과 지자체장은 사무를 수행하면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총 34건의 국고 보조사업 중 심의 결과가 최종 반영된 사업은 6건에 불과했다. 위원회 의결 사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까지 개정했지만, 위원회 의결은 참고용일 뿐이었다.

전체 안건 중 예산에 위원회 결과가 미반영됐거나(7건), 아예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은 경우(9건)도 적지 않았다. 행안부는 올해 안건 7건에 대해서 부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방 재정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위원회 의결 실효성을 강화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