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中의 도 넘은 6·25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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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중국 관영 CCTV는 6·25전쟁 중국군의 첫 승리 기념일인 오는 25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 70주년을 맞아 ‘위대한 항미원조’라는 6편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1부 첫 화면에서 비장한 음악과 함께 6·25전쟁에 대해 “1950년 6월 25일 조선전쟁이 터졌다. 세계는 하나의 이름을 기억한다, 38선”으로 설명했다. 곧바로 “6월 27일 미국이 조선을 침략해 조선 내정에 간섭했다”고 단정했다. 6·25가 북한 지도자 김일성의 사전 계획에 의한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또 “전쟁 시작과 함께 미국의 제7함대 대만해협 투입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오랫동안 모의해온 것”이라고 음모론을 내놓는다. 이런 중국의 역사 인식은 6·25에 대해 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켜낸(保家衛國) ‘정의로운 애국 전쟁’으로 둔갑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출병을 결정하면서 “미군은 막강한 화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 군대(인민지원군)는 사기가 높고, 전투경험이 풍부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전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1949년부터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남침 승인과 함께 전투병 지원을 계속 요청한 사실에는 침묵한다. 1950년 초 소련의 승인을 먼저 얻어낸 김일성은 5월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결국 마오쩌둥의 지원 약속을 받아낸다. 마오는 김일성에게 “속전속결로 끝내라. 대도시를 탐하지 마라. 적의 생산력부터 저하시켜라. 공장 지역을 집중 타격하라”며 구체적인 충고도 했다(김명호의 ‘중국인이야기’). 다큐멘터리는 마오가 북한의 침략을 용인하고 부추긴 ‘정의롭지 못한’ 역사를 가리기 위해 ‘정의’라는 단어로 참전의 정당성을 강변한 셈이다.

이런 역사인식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北京) 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승리 기억, 평화 정의 수호-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에 참관해 정의로운 전쟁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70년 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항미원조와 국가 보위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 인민지원군이 정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북한 인민 및 군인들과 함께 싸워 항미원조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시 주석은 이런 항미원조 정신으로 중국인들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강력한 적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고 고무한다. 70년 전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의로운 전쟁에서 승리한 그 정신으로 현재 미·중 신냉전 국면에서 애국심으로 단결해 미국에 승리하자는 메시지다.

중국엔 애국주의가 넘치고 있다. 항미원조를 다룬 각종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6·25전쟁 발언 논란이 커졌다. BTS 리더 RM의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할 것”이라는 수상 소감에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참전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트집을 부리는 것이다. 사실 중국군의 참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한국군이었다. 왜곡된 역사교육으로 삐뚤어진 중국의 배타적 애국주의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고를 일으킬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