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하인 ‘스카팽’의 유쾌한 계략…프랑스판 포복절도 마당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극 ‘스카팽’의 실베스트르(왼쪽)와 스카팽.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 신작 ‘스카팽’ 1년 만에 앙코르, 내달 15일까지 공연

국립극단의 신작 ‘스카팽’이 내달 1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삼은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 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으로 1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스카팽’은 자식들을 정략결혼 시키려는 두 재벌가의 부모들에게 맞서 하인 스카팽이 두 가문의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을 지킬 수 있도록 꾀를 내어 계략을 펼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서사는 다소 전형적이지만, 부자들의 탐욕을 하층계급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풍자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대사의 힘과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마치 한국의 전통 마당극처럼 작품을 실제로 쓴 ‘몰리에르’가 변사 같은 화자로 등장해 객석의 참여를 유도한다. 음악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신체극의 대가’로 불리는 임도완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임 연출은 프랑스 자크 르콕 국제연극마임학교 출신으로 움직임을 강조한 공연을 주로 선보여왔다.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 시간 내에 객석에 폭소를 안기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에 함께 공연을 감상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극 중에서 ‘몰리에르’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같이 거리를 두는 시대에 서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야. 안 그래? 혼술, 혼밥, 혼족…그리고! 마스크 끼고, 거리를 두고, 밥도 같이 못 먹고. 손도 못 잡고, 뽀뽀는?” 관객들도 ‘마스크 끼고 거리를 두고’ 앉아 있지만 ‘무대’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에, 옆 사람이 웃으면 왠지 나도 더 재미난 장면을 본 것처럼 느껴져 같이 웃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