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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6일(月)
‘예측불허’ VUCA 시대… 치밀한 계획보다 ‘일단 시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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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트렌드 서적 통해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법

선형적으로 변하던 세계 흔들
불확실성 최고조에 달한 亂世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일상화
개인따라 변화속도·깊이 달라

상황 바뀌면 계획은 의미잃어
실험정신 기반 상시적 혁신을


그야말로 ‘뷰카(VUCA)’의 시대다. 속속 출간되고 있는 트렌드 서적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다가온 2021년이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을 특징으로 하는 예측불허의 모습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은 23일 출간된 ‘2021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에서 현 시기를 “선형적(linear)으로 변화하던 세계가 흔들리고, 모든 계획이 붕괴되면서 일상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난세(亂世)”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통제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외부 환경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면서 “외부 환경 변화의 추이나 트렌드를 전망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해졌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고집 세고 둔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치밀한 계획에 집착하기보다는 일단 행하면서 보완해 나가고, 뭔가 잘못됐다 싶으면 ‘거침없이 피보팅(pivoting·중심축 변경)’으로 과거와 ‘손절’하고, 새로운 표준(뉴노멀)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흐름을 좇는 데 게을러선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가 재소환한 VUCA =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뷰카라는 용어는 1987년 워런 베니스와 버트 나누스의 리더십 이론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러다 미국 육군이 냉전 붕괴 후 다원화한 세계 질서 속에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차용했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변하는 금융시장 등 경제 환경 변화를 설명하는 데 주로 쓰이고 있다.

2021년에 대한 예측을 담은 트렌드 서적들을 보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뷰카는 이 시대의 특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 바탕에는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 세계’로의 복귀도, ‘코로나가 끝난(AC·After Corona) 세계’의 출현도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2020년 전 세계인이 경험하고 있듯, ‘코로나와 함께 사는(WC·With Corona) 세계’는 인간의 상상 범위를 넘어선다. 이광형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이 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펴낸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1’(김영사)에서 “AC 시대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WC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관점으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WC 시대가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지적하고, “생존 전략과 성공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1’(미래의창)에서 “‘이 사태가 언제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은 예전 비즈니스 모델과 사고방식을 품은 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한번 변화된 것은 과거로 회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작금의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하고 거기에 충실하게 대응해 스스로를 바꿔 나가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대응”이라고 했다.

◇VUCA 시대의 사회 변화… “속도와 범위, 깊이가 다르다” = 사회 변화는 인류 역사 내내 이어져 왔지만, 뷰카 시대의 변화는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변화의 속도가 다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나연 이노션 월드와이드 인사이트전략팀장은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싱긋)에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하고 종교 활동은 물론 병원 진료나 재판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4차 산업혁명보다 더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기술 발전으로 언젠가는 모든 것이 온라인화될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의 공포가 그 시계를 앞당긴 것”이라며 “2000년대를 시작하며 디지털 세상이 열린 이후 조금씩 진행 중이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코로나19로 인해 순식간에 이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회 변화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깊이도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은 ‘2021 트렌드 노트’(북스톤)에서 이를 “평행우주에서 통합우주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전통사회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탈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마치 평행우주처럼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마치 통합우주처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계가 열렸다는 뜻이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는 “기술 발전은 천재 과학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합의에 의해 촉발된다”며 “은행에서 ATM으로, 컴퓨터에서 휴대전화로, 은행 플랫폼에서 메신저 플랫폼으로 은행 일을 보게 된 것처럼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모두가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코로나19는 그 합의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겼다”고 진단했다.

이광형 교수는 “코로나19의 충격은 변화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과 기득권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논의만 무성한 채 도입을 꺼려 오던 원격수업,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원격진료 등이 코로나19 사태로 현실이 되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면서 “이제 4차 산업혁명은 비대면 교육, 비대면 근무, 비대면 의료, 비대면 정치라는 말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나연 팀장도 “오프라인으로 하던 일들을 온라인에서 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려워하던 아이와 노년층까지도 이제는 그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거침없이 피보팅’, 생존 전략의 핵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변화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이뤄진다면, 다음 고민은 생존 전략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빠르게 맞춰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때보다 과감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른다. 김난도 교수는 ‘거침없이 피보팅’이라는 표현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피보팅은 중심축을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피보팅이란 제품·전략·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그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며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거침없이 피보팅할 용기가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말은 쉬워도 피보팅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지나온 시간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하는 데다 그때까지 투입한 돈과 시간을 포기하는 매몰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유튜브가 온라인 데이팅 영상 사이트에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트위터가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짧은 메시지 전달 SNS로, 넷플릭스가 비디오테이프 우편배달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영화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 등을 성공한 피보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과감한 변화야말로 생존을 넘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도 ‘라이프 트렌드 2021’(부키)에서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현실 감각이 높은 사람들 △더 과감하고 새로운 B를 만들어 낼 크리에이터와 마케터 △투명하고 품위 있는 이별,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는 경영자와 정치리더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며 자신만의 플랜B를 가진 사람들 등을 내년에 주목해야 할 대표적인 사람들로 꼽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은 그만… 먼저 해 보고, 계속 보완하라” = 불확실성의 시대는 ‘정답 없는 시대’를 의미한다. 성공으로 가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김난도 교수는 “예전에는 많은 변수를 철저하게 고려해 실패하지 않을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 그것을 충실하게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그사이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해버리면 치밀하게 세운 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며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거기서 배워 다시 시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뷰카의 시기에는 실험정신에 기반한 상시적 혁신, 피보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나가야 한다”면서 ‘일단 해 보는 게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관점을 견지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섭 소장도 “2021년은 행동의 해”라면서 “중요한 것은 선택과 행동이며, 주저하고 관망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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