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민주적 통제’는 反민주적 발상… 선출된 권력, 삼권분립·법치주의 훼손”

법조계 ‘秋 수사지휘권’비판
“견제·균형 헌법정신 위배”

청와대와 여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을 ‘민주적 통제’라고 강조하고 나서면서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선출된 권력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률에 규정된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법에 의한 지배라는 법치주의의 근본원칙을 허물어트리는 중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와 학계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라임 비리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박탈한 것을 두고 여권은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민주적 발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헌법에 위배되는 민주적 정당성은 존재할 수 없고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과거 독재 국가에서나 썼던 독재적 발상”이라며 “국민의 선출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권력이 법의 테두리를 탈선하지 않도록 이를 견제 및 감시하는 것이 법치주의로,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하에 법치주의의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법무장관은 라임 사건 등 검찰총장 관련 사건에 한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 계통에서 제외했는데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발동”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도 “현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도 “민주적 정당성 행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 질서에 합치되느냐로 선출된 권력 역시 헌법을 벗어나 뭐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헌법 제정 권력 또한 국민으로, 헌법 질서에 합치되지 않는 이상 선출된 권력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도 민주적 통제가 아닌 명백한 헌법질서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에서 규정하는 법 정신과 연혁과도 전혀 맞지 않고, 개별 사건에 누구를 배제하라는 등의 지시는 장관의 지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