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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6일(月)
윤석열 최재형 키운 건 8할이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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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國監 주요 성과는 崔·尹 재발견
崔 뚝심이 월성 1호 조작 밝혀내
尹은 한순간에 대선 후보 반열

文·秋의 탄압이 대항마 만들어
법치 공정 정의에 대한 기대감
핍박 커질수록 정치 위상 확대


미당 서정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는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나를 키운 8할은’ 기사 시리즈에서 시인 김용택은 “월부책 장수가 건넨 문학 전집”, 발레리나 강수진은 “음악”, 동화작가 황선미는 “결핍이 창작의 원동력”, 개그맨 김영철은 “입방정”, 강용석 변호사는 “고소”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탄압이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극적 사건이 없었다면 대통령 자리까지 갈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26일 끝나는 국정감사는 압도적인 의석 우위를 차지한 여당의 ‘방탄 국감’ 때문에 싱겁게 진행됐지만, 유일한 성과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역량과 성품에 대한 재발견이다.

최 원장은 정권 차원의 온갖 방해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조직적 서류 삭제와 은폐 등으로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못 내렸던 월성 원전 1호기의 불법적인 조기 폐쇄의 단서를 발견해 냈다. 지난 4대강 감사 때 정권과 감사원장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춤을 췄던 전례에 비춰 보면 미흡한 결과이긴 하지만 최 원장의 뚝심과 소신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군 비리 사건이라고 했던 ‘율곡 비리 사건’을 감사했던 이회창 전 총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정치적 미숙함으로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대쪽’이미지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만약 문 정권이 최 원장 소신대로 감사하도록 했다면 최 원장은 그저 한 명의 감사원장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윤 총장은 더 극적이다. 꿈틀대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지난 22일 15시간 동안 진행된 대검 국감은 윤 총장을 대권 후보 반열에 올려놓을 만큼 파괴력이 컸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검찰 인사, 조직 개편, 채널A 사건·한명숙 사건·라임 사건의 지휘권 발동, 그리고 자신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사건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국민의 한숨을 자아낼 정도로 법치 파괴의 전형이었다. 추 장관이 ‘망나니 칼춤’을 추는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 개혁이라며 편을 들었다. 어지간한 검찰총장이었으면 수모를 당하느니 진작 그만두었을 것이다. 윤 총장은 달랐다. 임명권자의 직접적 결단이 없는 한 자신에게 맡겨진 임기 2년은 법률이 규정한, 즉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했다. 또 추 장관 행태의 불법성을 국회에서 낱낱이 증언했다. 어금니 꽉 깨물고 갖은 핍박과 모욕을 견디겠다는 의지에 되레 여권이 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압권은, 그동안 인사청문회나 국감에서 “정무 감각이 없다” “출마 권유를 거절했다”며 정치와 거리를 둬 왔던 윤 총장의 태도가 변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이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하자 여당은 대권 도전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위험한 인식”(이낙연 대표), “검찰이라는 조직을 끌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김종민 최고위원), “눈에 뵈는 게 없는 게 분명하다”(김두관 의원)고 비난하고 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에는 무료 변론 등도 있을 것인데 이렇게 여권이 정치 참여를 기정사실로 하고 공격하는 것은 그만큼 두렵기 때문이라는 의미도 된다.

무쇠도 두드려 맞으면서 단련되듯이 최 원장이나 윤 총장이 여권으로부터 비난과 핍박을 받을수록 이들의 ‘권력 의지’는 더 커질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하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특검’의 단초를 마련해준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한 명의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 총장을 일약 대권 주자 반열에 올려놓은 공로가 있다는 비아냥도 있다.

물론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처럼 세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일장춘몽’에 그친다. 그러나 “현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찾다가 너무 많아 포기했다”는 강준만 교수의 고백이 말해주듯, 정권이 법치와 정의, 공정의 가치를 망가뜨릴수록 그만큼 최 원장이나 윤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능과 판단 착오가 문 대통령 시대를 열었듯이, 문 정권의 오만과 내로남불이 원하지도 않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8할의 바람’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이자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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