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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7일(火)
‘월성 원전 폐쇄’는 이데올로기 편향에 젖은 권력의 필연적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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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原電 감사로 본 정책과 권력

정책 책임자들, 권력 향해 진실 말해야 하는 정책분석의 소임 방기… ‘합리적 결정’ 아닌 ‘탈원전 논리’ 따른 의혹 커져
與,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계속 땐 민주주의 쇠락과 독재의 길로… 단기 성과주의 벗어나 중장기적 국정운영 절실


지난 2019년 10월 국회의 요구에 따라 수행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 결과가 수차례 연기 끝에 20일 오후 발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특히 경제성 문제를 집중 제기함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 국정과제로 추진한 탈원전 정책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권력이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빠지면 국가 정책 수행에서 크나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집권세력이 다수의 힘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을 할 경우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와 중우정치 나아가 독재로 타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정책 결정의 원칙

그런데 감사보고서 발표가 있기까지 정치권과 언론에서 끊임없이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이번 감사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조짐까지 보이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벌써 제기된다.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대선 불복이냐”고 묻는 여당 의원의 국회 발언이 있었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성 1호기 감사에 대한 정치권의 이런 논란은 정부가 ‘합리적 의사 결정’보다는 ‘권력의 논리에 따른 정책 결정’을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앞으로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결과에 대해 합당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국정 운영의 원칙을 분명히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문 정부도 국가 운영에 있어 권위주의적 구태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요 국가정책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는 일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과 정부의 정당한 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이 있다고 자신의 판단대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와 같은 결정은 정치적 판단에만 의존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런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려면 해당 분야 전문가와 실무자의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효과성과 안전성 같은 문제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소요 비용과 기대 효용에 대한 경제적 평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원전을 새로 건설하거나 반대로 기존 원전을 폐쇄할 때는 그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정확히 비교해 합리적으로 경제성을 평가해야 한다. 국가재정의 손실을 막고, 국민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과 권력의 관계

정책학자 에런 윌다브스키는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정책 분석의 소임”이라고 갈파했다. 정책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대통령은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정부는 전문가와 실무자가 제시한 대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가.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검토하더라도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오는 정책 결정의 대안은 하나가 아니라 다수이기 마련이다.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며, 그 가운데는 정치적으로 상반된 대안들도 존재한다. 이런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정치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이자 역할이다. 결정에 앞서 정책 결정자들은 국민에게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 일단 결정을 한 다음엔 국민의 이해를 구해 정책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의 민주성을 제고시키고 궁극적으로 정책의 성공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의 요체는 설득’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수 대표성과 민주주의

이번 감사 결과가 보여주듯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편승한 잘못된 정책이다. 이에 따라 문 정부가 밀어붙이듯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0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 공론조사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했던 사실에 비춰 볼 때 문재인 정부는 과학적 분석이나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힘의 논리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기반으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제대로 된 상임위의 토론도 없이 부동산 입법을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기세를 보면 이 같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과학적 분석이나 경제 논리를 외면하고 정치적 힘의 논리에 의존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매우 비민주적인 국정 운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다수에 의한 밀어붙이기식으로 국정 운영을 계속한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권위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는 쇠락과 파국의 길로 가게 된다. 집권세력은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여당이 다수 대표성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 대표성의 논리는 민주주의 운영원리 중 하나일 뿐이다. ‘거여(巨與) 우위’만 내세우면 이는 자칫 중우정치에 빠지고 나아가 권위주의 독재체제로 타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민주주의 타락 벗어나려면

민주주의가 타락하지 않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책임성의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책임성이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그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 정책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민주주의 원칙을 의미한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회계 부정은 없었는지, 행정 절차는 합법적으로 준수됐는지를 살펴보는 감사원이 헌법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타당성과 국가 재정의 효율성 및 정책 집행의 효과성을 광범위하게 따지는 것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 책무이다.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감시하고 책임을 따져 묻도록 폭넓은 권한을 부여한 근거가 바로 책임성의 원칙이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과학적 타당성과 경제적 합리성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몇 가지 정책 대안이 도출되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와 함께 고려할 점은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기간이 매우 길고, 이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발전원을 개발하는 데 앞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임기 내에 결정한다는 ‘단기 성과주의’에 대한 과욕이 권력의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 원전 같은 중요한 정책은 중장기적인 시간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적 방향과 기조를 설정해야 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정책 결정의 원칙 : 정부의 정책 분석 소임은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임.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면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대통령에게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대통령은 이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함.

‘巨與 우위’와 권력 논리 : 원전 감사는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젖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맞춘 것이었다는 점을 말해줌. 집권세력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를 계속하면 민주주의는 쇠락과 파국의 길로 가게 될 것.

민주주의와 책임 국정 :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표성과 함께 책임성의 원칙에 따른 국정 운영을 해야 함. 그러지 않으면 중우정치와 독재로 타락할 것. 중대한 국가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권력은 단기 성과주의의 유혹을 버리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함.


■ 용어 설명

‘중우정치’란 고대 폴리스를 연구한 아리스토텔레스가 ‘타락한 민주정’에 부여한 명칭. 플라톤은 ‘폭민정치’라 부름.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가 선동가와 군중심리에 의해 좌우되면 중우정치로 변질한다고 봄.

‘월성 1호기’는 국내 첫 가압중수로형 원전. 설계 수명은 30년으로 2012년까지였는데, 7000억 원을 들여 수리한 뒤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됨. 그러나 문재인 정부 탈원전 바람 속에 지난해 영구정지 결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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