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극복 발목 잡는 갑질 행태 쉬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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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길본 한국임업진흥원장

제법 쌀쌀해진 바람과 함께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여느 때 보다 움츠러드는 가을이다. 감염병 확산과의 사투로 혼란스럽고 분주해진 일상 때문에 사색과 낭만을 즐길 여유조차 빼앗긴 것 같아 이 가을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뿐만 아니라 노동환경도 위축시키고 있다.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무뎌진 이해관계자 간 ‘갑질’ 인식이 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부당한 강제연차·휴직을 강요하고 심한 경우 강제퇴직도 빈번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취업준비생에게는 채용 합격 후 일방적으로 입사 연기·취소를 통보해 고통을 주고 있다.

직장 내부뿐만이 아니다. 협력사 간 고통 전가, 고객 대상 갑질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모두 위기상황 속에 서로의 고충을 헤아리려는 배려가 인색해진 탓이다.

지난 8일 오라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근로자 84%가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조사됐다. 이는 세계 평균 78%보다 높고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앞서 거론한 갑질 행태도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국임업진흥원에서는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고민, 전개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모범거래모델 추진단을 발족해 협력사와의 공정거래를 강화하고 갑질과 같은 내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국민의 마음에 닿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개개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저마다 역할이 있고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 속에 그 톱니바퀴들이 멈춰 선다면 더 큰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청사진도 그 주체가 될 인적자원이 관리 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반대로 위기 속에서도 선도적 노사협의를 통해 인권을 강화하고, 협력사 간 상생을 도모하려는 기업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인의 권리와 가치를 존중하고 상생을 통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