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反시장 아집에 갇힌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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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경제부장

12월 주식시장 패닉 셀링 예상
동학 개미군단 피해 뻔한데도
숫자 놀음에 빠져 있는 기재부

대주주 3억 기준은 비과학적
실제론 공평과세와 부합 않아
홍남기 해임 청원 의미 새겨야

두 달 뒤인 2020년 12월, 주식시장에 큰 혼란이 예견된다. 내년 4월부터 양도세(22∼33%)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현행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춰지면서 시장에 나올 예상 매물은 평년(1조5000억 원대) 대비 6배에 달할 전망이다. 세금 회피성 패닉 셀링(panic selling) 공포가 덮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캘린더에 따라 매년 되풀이됐지만, 올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연초 등장한 동학개미 군단이 주식시장 구조를 질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왜 매번 어리석은 짓이 되풀이되는가. 정책 당국의 반(反)시장 기조, 안이한 인식, 탁상행정의 폐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는 개미군단 표(票) 걱정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강행 의지를 곧추세운다. 시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심리와 믿음, 형평성일 텐데 정부는 과연 시장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실익도 없다. 단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향후 추진 일정에 이미 잡아놨던 정책이니 예정대로 3억 원으로 변경하겠다는 아집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2년 반 전 결정돼 시행령이 개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시장을 무시한 채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폐단을 보고도 같은 우를 반복할 태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대판 연좌제로까지 비판받은 가족합산 방침을 개인별 과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 수뇌부 내에서는 ‘과거 경험상 시장에 혼란이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외에 크게 고심하는 흔적이 없다. 현실은 어떤가. 전문가들은 올해 12월 10조∼15조여 원의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2월 12일 전후가 매물이 쏟아지는 피크로 예상됐다. 12월 31일은 휴장 일이라 전날까지 팔 사람은 팔아야 하고, 주문 체결 후 양도까지 이틀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의 데드라인은 12월 28일이다. 잠재적인 매도물량 후보는 3억∼10억 원 주식을 보유한 8만861명, 보유금액은 41조5833억 원(한국예탁결제원, 2019년 말 기준)이다. 실제 매도물량이 얼마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자본시장연구원은 올 연말 순매도 규모가 9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주주 요건 기준이 지금처럼 줄었던 2017년 말에는 5조2120억 원, 2019년 말에는 4조8000억 원이 순매도 됐다. 이번에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 12월에 팔았다가 1월에 다시 사들이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반복될 게 뻔하다. 그러니 정부가 내심 원했던 세수 확보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억 원 이상의 개인투자자가 대주주에 편입돼 세금을 얼마 더 내느냐는 애당초 본질이 아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매물이 쏟아질 경우 시장의 혼란 상황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탁상행정이 본질적 문제다. 대주주 요건은 지분율(major shareholder)로 정해야지 금액(major stockholder)으로 정하는 나라는 없다. 2년 전 3억 원 기준을 설정한 것도 비과학적이다. 대주주 요건 기준액을 단계적으로 낮춰 ‘50억 원(2013년)→ 25억 원(2016년)→ 15억 원(2018년)→ 10억 원(2020년)→ 3억 원(2021년)’이라는 유치원 수준의 산수만 있을 뿐 경제 상황과 시장 변수를 고려한 수학 능력은 전혀 없다.

동학개미 군단의 출현으로 시장 상황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한 종목당 2억9999만 원어치씩 10개, 20개 종목을 갖고 있다가 양도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이 공평 과세인지 의문이다. 돈을 번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과세형평성 원칙은 문재인 정부 계획에 따르면, 어차피 2023년 금융투자 소득세가 도입될 때 해결된다. 이때부터는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양도세가 부과된다. 국내외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얻은 이익을 합산해 20∼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대주주 요건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데 왜 2년간 시장 혼란을 자초하려는지 납득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불확실성 때문에 흔들리는 주식시장에 정부의 무지라는 변수를 더 얹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로 홍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해당 부처 장차관은 어떤 답변을 준비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