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승어부’처럼 이재용도 삼성의 새 역사 써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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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동창’ 김필규 前 KPK통상 회장 추도사

28일 오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에서는 김필규(사진) 전 KPK통상 회장이 추도사를 영전에 바치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문으로, 레슬링부에서 함께 활동한 50년 지기다.

김 전 회장은 추도사에서 이 회장을 처음 만난 1958년 봄을 회상했다. 그는 “서울사대부고 강당 한구석에 있던 레슬링반에서 7∼8명의 신입생 레슬링 반원 지망자들과 상견례를 했다”며 “유난히 피부가 희고 눈이 깊고 귀티가 나는 당신(이 회장)을 보고 ‘왜 하필 레슬링반을 지원했냐’고 물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회장이 이 질문에 “초등학교 시절 몇 년을 일본에서 살았는데 당시 일본은 물론 세계 프로레슬링 영웅이던 역도산의 경기를 많이 보고 존경했기 때문에 레슬링이 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이 회장의 호기심이 강했던 모습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사대부고 은사님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 참석했다가 (당시 유학 중이던) 이 회장의 배려로 이 회장 댁에 묵었다”며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이 회장 방에 올라가 보니 각종 전자기계 부품이 가득하고, 이 회장 자신은 밤을 새우며 라디오, 전축, TV 등 전자제품들을 조립하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라며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