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유니폼 받았을 때, K리그 첫 우승때 가장 기억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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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킹’ 이동국, 오늘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은퇴 기자회견

“몸보다 정신 나약해져 결심
제2의 삶 찾자 아내와 상의
2004년 독일전 발리슛 선명
마지막 경기서 우승컵 품고파”

41세의 백전노장이자 한국 프로축구의 아이콘 이동국(전북 현대·사진)이 다음 달 1일 은퇴경기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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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28일 오전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부상으로 나약해진 자신을 발견한 이후 은퇴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동료 선수들에게 얘기하고 그렇게 생각해왔다”면서 “예전엔 부상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재활했고 최고의 몸 상태로 돌아왔는데, 이번 부상은 하루하루 조급해졌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지난 7월 무릎을 다쳐 2개월간 결장했고 9월 복귀전을 치렀지만 스스로 몸 상태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동국은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계속했다”면서 “그래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데도 욕심을 내면서 경기장에 들어가려고 했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에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사소한 일에도 피곤이 쌓였고, 그러면서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에게 가족은 든든한 우군. 이동국은 “가족과 상의했고 ‘제2의 삶이 있으니 더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아내와 이야기했다”면서 “이젠 (은퇴)해도 될 때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프로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 그해 신인왕(현 영플레이어상)으로 뽑혔다. 이후 베르더 브레멘(독일)과 광주 상무, 미들즈브러(잉글랜드), 성남 등을 거친 뒤 2009년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 이동국은 “등록되지 않은 33번 유니폼을 포항에서 고교생인 내게 줬다”면서 “며칠 동안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잤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아무래도 2002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까지, 늦게까지 운동하게 된 것 같다”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2006 독일월드컵을 두 달 남기고 다쳤을 때, 200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다했지만 다시 놓쳤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프로 데뷔 이후 대표팀까지 포함해 모두 844경기에 출전, 344득점을 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33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모든 골이 소중하지만, (200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발리슛으로 득점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발에 맞는 찰나의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명품 발리슛에 독일이 낳은 세계 최고의 수문장 올리버 칸은 고개를 숙였다.

이동국은 다음 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 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올 시즌 K리그1 최종전이며, 이 경기에서 비기더라도 전북은 우승한다. 이동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컵을 들고 내려올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이 은퇴할 때 울던데,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면 얼마든지 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날 모든 선수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A급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지만 당장 지도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지도자가 된다면, 특별하게 무엇인가를 하기보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고 밝혔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