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를 향하여>‘얼굴’로 커피 결제·구내식당 이용… 사옥 전체가 ‘AI 실험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CNS 사옥에서 한 직원이 무인편의점에 들어가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안면인식기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신창섭 기자

구광모 회장 화두로 띄운후
그룹전체 디지털 전환 박차

안면인식기술 도입 LG CNS
마스크 쓴 직원도 신원 판별

기업용 AI 서비스 플랫폼에
생활가전 고장 감지 기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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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500원이 결제됐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CNS 사옥 3층 편의점. 직원 A 씨가 매장에서 커피와 과자, 껌 등을 골라 매대 위에 올린 뒤 계산대에 설치된 스크린을 바라보자 불과 1∼2초 만에 ‘결제 완료’ 표시가 떴다. 이곳 무인편의점에서 A 씨가 결제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신용카드도 현금도 아닌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다.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이 직원의 신원을 파악한 뒤, 미리 등록해둔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알아서 결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이 AI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은 특히 구광모 회장이 취임 직후 고객 가치 창출의 주요 화두로 ‘디지털 전환’을 제시한 뒤 AI 관련 조직 역량 강화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이날 둘러본 LG CNS 사옥에는 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적용돼 있었다. 먼저 출근 시간에는 입구에서 ‘AI 안면인식 출입통제 서비스’가 직원들을 맞았다. 직원들은 지문 등의 물리적 접촉 없이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방식으로 손쉽게 게이트를 통과했다. 이 서비스에는 눈과 코 주변의 생김새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사람을 구분하는 AI 기술이 적용됐으며, 마스크를 써도 99% 이상의 정확도로 신원을 판별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구내식당에서도 카드나 현금이 필요 없었다. 직원들이 음식을 배식받은 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자 이내 결제가 완료됐다. LG CNS 관계자는 “아직은 개인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일부에서만 적용돼 있는데 앞으로 AI 안면인식 기술이 일반 편의점이나 식당은 물론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LG CNS는 이처럼 차별화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입맛대로 골라 쓰는’ 기업용 ‘AI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여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AI 서비스 플랫폼은 △시각 AI 3종 △언어 AI 6종 △복합 AI 1종 등 총 10가지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배송하기 전에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제대로 구성됐는지 신속하게 확인하고 싶은 기업은 시각 AI의 ‘상품인식’을 활용하면 된다. 이를 적용하면 AI가 0.1초 만에 어떤 제품으로 구성됐는지를 확인해 알려준다.

LG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AI 기술을 적용해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AI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 이날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접한 냉장고는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자, 현재 보관된 재료 등을 고려해 메뉴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 조리법까지 알려줬다. 또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실전 배치한 ‘LG 클로이 셰프봇’은 스크린에서 메뉴를 선택하자 능숙한 솜씨로 단숨에 국수 요리를 조리해 선보였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제품을 관리하는 서비스인 ‘프로액티브 서비스(Proactive Customer Care Service)’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등 제품 내부에 탑재된 센서들이 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면 서버가 제품 상태를 파악해 최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고장이 감지되면 서버는 알아서 ‘LG 씽큐(LG ThinQ)’ 앱과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이를 고객에게 알려준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설계 과정 등에서 기존에 일일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정해 왔던 다양한 변수를 AI 기반으로 최적화해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연구시간을 단축했다. 또 LG화학은 그린 바이오 분야의 특허 및 논문 등에서 주요 키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하는 AI 모델링에 성공했다. 새로 모델링한 AI는 전체적인 문맥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존 AI로는 인식하지 못했던 문헌 내 유전자와 변이 등의 정보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해 연구 속도를 높였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