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전동 킥보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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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한몫했다. 레저용을 넘어 교통수단의 하나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전국의 공유 전동 킥보드 수는 총 5만2080대로 지난해 12월 1만7130대에서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서울 지역 공유 전동킥보드의 월별 이용 건수는 지난 3월 143만 건에서 8월 360만 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3∼8월 누적 이용 건수는 총 1519만 건이 넘을 정도다. 특히,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12월부터 만13세 이상이면 면허증 없이도 탈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용 가격도 기본요금 1000원에 1분당 100원 정도로 저렴하고 시속 25㎞로 달릴 수 있어 인기다.

그러나 이용자 수 증가만큼이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와 유사한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해 이용하려면 면허증이 필요하고 차도로만 달려야 한다. 그러나 단속이 허술하다 보니 면허증도 없이 인도로 달리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2명 이상 타고 다니는 것은 불법이지만,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이 사고 발생 시 크게 다치기 쉽다. 실제 지난 24일 인천에서 무면허로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타던 남녀 고등학생 2명이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헬멧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50대 남성이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이용 후 아무 데나 두고 가는 바람에 거리의 흉물로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의 보행을 방해한다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전동 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야 할 규제 개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규제를 완화해 운전자와 보행자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보다 거꾸로 정부와 여당이 사고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도 회의적이다. 문명의 이기(利器)는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