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차분한 말씨와 단정한 태도 든든… 행복한 가정 이룰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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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영훈에게

“아빠, 남자친구 인사시켜 드릴게요.”

아마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구나. 내게는 하나뿐인 딸, 나래가 이 말을 불쑥 꺼냈을 땐 몹시 당황했지. 남자라니? 딸의 나이는 어느덧 스물여덟 살. 누군가를 만나도 몇 번을 만났을 나이인데도 난 언제나 우리 딸을 품 안의 어린애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래가 느닷없이 결혼까지 생각 중이라는데,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처음엔 솔직히 서운하고 공연히 화도 났었단다.

그렇게 우리는 집 근처 한정식집에서 처음 만났지? 좋은 인연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 내 딸의 안목을 믿으면서도 혹여 이상한 사람을 데려오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구나. 하지만 식당 앞 먼발치에 마중 나와 있던, 훤칠한 키에 하얀 낯빛의 영훈이 너를 보는 순간, 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우리 딸 결혼 상대로 좋을지 나름 재보려고 여러 질문을 준비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말았다. 창피한 말이지만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긴장을 했었던 것 같아.

사람은 한 번 봐서는 모르는 일이라지만 시종 차분한 말씨와 단정한 태도를 보면서, 참 든든한 느낌이 들더구나. 우리 딸이 이 듬직함에 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날 영훈이 네가 나를 “아버님”이라 불렀을 때, 딸 하나만 키운 나로서는 그 호칭이 낯설면서도 한편 반가웠다. 아들을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이랄까? 왠지 싫지 않았고 나래에게 네 얘기를 들을수록 굳게 걸어놓았던 내 맘속 빗장도 시나브로 열려가더구나.

영훈아, 얼마 전 나래에게서 불암산 정상에 오른 너희 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받았다. 그걸 보노라니 20년 전 나래 엄마와 셋이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던 추억이 떠오르더구나. 늦가을이었는데, 산행 도중 갑자기 폭설이 내리더니 하산길이 막히고 만 거야.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우리는 근처 대피소에서 하루를 꼬박 추위에 떨다 이튿날 눈이 그친 뒤에야 하산할 수 있었단다.

이후로 난 나래에게 함께 산에 가자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어른도 고단했던 그날의 산행이 아이에겐 얼마나 힘든 기억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나래가 네 손을 잡고 험산의 가파른 오르막을 함께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앞으로 험난한 인생길도 둘이 잘 헤쳐나가리란 믿음이 생기더구나.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돼 가정을 이루고 인생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란다. 두 사람 앞날에 꽃길만 놓인다면 좋겠지만, 어렵고 힘든 일은 언제든 닥쳐오기 마련이지. 그때 처음 만나 사랑한 시간을 떠올리며 서로 신뢰하고, 곁에서 힘이 돼주며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부모로서 바라는 건 그거 하나뿐이지 싶다.

영훈아, 내 사위가 돼줘 고맙다. 너도 내 자식이라 생각해도 되겠지? 생각만 해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 시린 내 딸 나래를 잘 부탁한다. 너희 둘 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장인 문상윤
(서울 강북구청 홍보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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