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이정호 작가
■ 창간기획 ‘딥퀘스천’ 두번째
2018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의 11번째 판에 ‘Code MG2A: Old age’가 포함됐다. 노화를 공식적으로 ‘자연현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전 세계 과학계에서 노화 극복을 위한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화를 가속화하는 체내 세포를 제거하는 약이 2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현생 인류가 이미 11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뿐 아니라 뇌까지도 ‘사이보그(Cyborg)’ 연구대상이 되면서 인간이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오랫동안 인류의 꿈과 기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노화 극복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노화 극복과 수명 연장은 ‘꿈’이 아닌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국가에서도 개인과 사회는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놀라운 의학기술의 혜택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급진적인 사이보그 연구로 인간이 성능으로만 판단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윤리적 경고도 나온다. 노화 극복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는 최근 저작 ‘노화의 종말’에서 우리 앞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머지않은 미래, “이만 하면 됐다”고 느끼는 인간이 품위 있게 죽음을 선택할 새로운 방식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구는 이제 조금 퇴고가 필요해진 듯하다. ‘더 사느냐, 그냥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 노화 극복을 위한 노력, 어디까지 =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다양한 성과도 등장했고 구체적인 결과물의 등장도 머지않았다.
특히 세계 최대 병원 미국 메이요 의료원에서 임상시험 중인 ‘세놀리틱스(Senolytics)’는 학계의 큰 화두 중 하나다. 세놀리틱스는 세포의 노쇠를 뜻하는 ‘senescence’에서 따온 말로, 나이가 들수록 체내에 쌓이는 ‘좀비세포’를 제거하는 기술 또는 의약품을 뜻한다. 좀비세포들은 젊고 건강한 신체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이상을 감지한 뒤 분열을 멈춘 상태로 대기하다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면역체계의 반응이 떨어지면 좀비세포들이 점차 체내에 쌓인다. 제거되지 않은 좀비세포들은 주변 세포들까지 노쇠하게 하고 암세포로 변형시키면서 인체 전반의 노화를 가속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면역체계를 대신해 이 세포들을 표적 삼아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노화를 막고 신체를 ‘리셋’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메이요 의료원의 연구자들은 우선 노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약물 두 가지를 찾는 데 성공했다. 하나는 항암제(백혈병 치료제)인 다사티닙(dasatinib)이고 다른 하나는 케일 같은 식물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인 케르세틴(quercetin)이다. 연구자들은 지난 2018년까지 약 3년 동안 두 약물을 혼합해 활용한 노화 치료제의 가능성을 검토했는데 그 결과가 2018년 학술지 ‘네이처 의학’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생후 24∼27개월(사람으로 치면 75∼90세에 해당)인 생쥐들에게 죽을 때까지 격주로 다사티닙과 케르세틴 혼합 약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이들의 평균 잔여 수명은 191일로 대조군의 140일보다 36%나 더 길었다. 현재 약 80세인 인류의 평균 수명으로 따지면 단숨에 110세 정도까지 늘어난 셈이다.
메이요 의료원은 지난해부터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메이요 의료원은 지난해 9월 환자 9명으로부터 당뇨병을 유발하는 노화세포를 안전하게 제거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2년 뒤에는 실제로 사람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전문연구단장(서울대 분자미생물학 박사)은 “노화세포 제거에서 발견한 성과가 현재까지 가장 앞선 연구”라며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노화 관련 연구는 많이 진척돼 있다”고 말했다.
노화를 막는 다양한 경로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MDI(Mount Desert Island) 생물학연구소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주 노바토에 있는 벅 노화연구소, 중국 난징(南京)대학 과학자들과 함께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를 지닌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통해 수명 연장의 세포경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노화를 관장하는 2개의 중요한 경로를 발견해 활용했다.
인슐린 신호(IIS) 경로와 TOR라는 영양신호 전달 경로인데 이를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IIS 경로의 변경은 수명을 100% 늘리고, TOR 경로의 변경은 30%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두 경로를 변형시킨 이중 돌연변이는 산술적으로 약 1.3배의 수명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은 무려 5배로 늘어났다.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을 통해 발표됐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관련 연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국립노화연구소(NIA)와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를 중심으로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노화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전문연구단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 단장은 “연구단에서는 젊은 혈액 내에서 노화를 조절하는 인자를 찾아 노인성 질환에 대한 효과를 보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방향도 향후 파급력이 큰 분야로 관련 전문가를 모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교수는 ‘노화의 종말’에서 장수 유전자, 장수 물질, 장수 기술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우리는 113년을 살 수 있다며 자신의 공식적인 견해는 15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노년학회장)는 “노화가 지연되고 수명이 연장되면 연금 수요도 늘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시급하게 시작하되 반짝 논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수명 연장 세포경로 확인 미국의 MDI 생물학연구소와 벅 노화연구소, 중국 난징대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예쁜꼬마선충의 노화를 관장하는 2개의 요인을 함께 변형시켜 수명을 5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을 통해 발표됐다. 예쁜꼬마선충은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흡사한 반면 수명은 3∼4주 정도로 짧아서 연구대상으로 자주 활용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美 메이요 의료원 노화방지 연구 미국 메이요 의료원에서 공개한 노화 방지 약물을 투여한 쥐(오른쪽)와 투여하지 않은 쥐. 연령대가 비슷한 두 쥐의 노화 상태가 다르다. 약물을 투여한 오른쪽 쥐는 눈이 빛나고 털의 색과 몸무게도 적게 유지된 반면 투여하지 않은 쥐는 털이 얇아지면서 회색으로 변하고 살이 붙는 등 노화 징후를 보였다. 약물을 투여한 쥐의 평균 잔여 수명은 대조군에 비해 36%가량 늘어났다. 메이요 의료원 자료사진
#2. 인간, 身體 너머의 神體를 쥐다 =
노화뿐만 아니라 치유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불치병, 또는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한 육체적 제약을 기계와 인공장기 등을 활용해 넘어서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바로 사이보그다. 사이보그의 영역은 최근 인간의 두뇌와 인공지능(AI)을 부작용 없이 연결할 수 있는 물질까지 개발되는 등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수명뿐만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상식 자체가 뒤집히고 있다.
이브 헤롤드 과학저술가는 저서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에서 “향후 몇십 년 내에 피부나 인공망막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체 부위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영국의 로봇학자 피터 스콧 모건이다. 모건 박사는 지난 2017년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운동신경원병(MND) 진단을 받았다. MND는 인간의 뇌와 신경을 공격해 점차 모든 근육을 마비시키는 질병으로, 최종적으로는 호흡하고 삼키는 근육조차 마비시킨다.
그는 이 같은 불치병에 맞서 수명을 연장하고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로 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인간으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갈 것이다.” 모건 박사는 라마 나흐만 인텔 예측 컴퓨팅연구소 디렉터가 이끄는 프로젝트팀의 도움을 받아 모든 장기를 점진적으로 기계로 교체해나가는 세계 최초의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흐만 디렉터는 앞서 생전에 루게릭병을 앓았던 유명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의사소통을 약 8년간 음성합성기술(ACAT)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도운 주인공이다. 모건 박사는 관련 수술을 2019년부터 받기 시작했다.
나흐만 디렉터 연구팀은 우선 호킹 박사를 도왔던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모건 박사가 컴퓨터 화면의 글자를 응시함으로써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시선 추적 기능을 쓸 수 있도록 돕고, 단어 예측 기능도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다. 모건 박사는 현재 합성 음성을 활용하고 있으며, 외부와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실제 얼굴과 유사한 아바타까지 개발해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모건 박사는 지난해 말 합성 음성을 활용하기 위한 수술을 마친 뒤 “피터 2.0은 현재 온라인 상태”라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나흐만 디렉터 연구팀이 모건 박사를 비롯해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추가로 준비 중인 것은 뇌파를 이용한 의사소통이다. 사람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s)’가 그것인데, 이 장치는 뇌파를 감지하는 전극이 장착된 두건 모양을 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하면 뇌파를 이용해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뇌에 칩을 심는 등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미 의료계에선 뇌에 전극을 이식해 파킨슨병, 간질 등 치료에 활용한다. 하반신이나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이식한 센서로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고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도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인간의 생각을 읽고 뇌파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또 컴퓨터에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고 영상화해 재생하거나 로봇에 자신의 의식을 심는 기술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뇌 이식 칩으로 AI와의 공생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뇌 이 외에 각종 장기를 교체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은 인공장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포를 이용한 인공장기는 최근 주목받는 ‘오가노이드(organoid)’ 연구를 응용하는 방법과 장기 세포를 직접 건축해 인공장기로 만드는 ‘바이오 프린팅’ 방법, 두 가지가 주로 연구되고 있다. 오가노이드란 실험용으로 배양하는 초소형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원초적 형태인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장 세포, 위 세포 등으로 만든 뒤 배양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장기의 형태를 띠어 가는데 이를 활용해 해당 장기와 유사한 ‘미니 장기’를 만드는 것이 오가노이드 연구의 현 단계다. 줄기세포를 통해 만든 장기 세포의 배양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인간 신체 내의 모든 장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 프린팅은 배양해낸 장기의 세포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쌓아 올려 인체 조직처럼 만든다는 구상이다. 특정 장기가 좋지 않은 경우 해당 장기에서 건강한 세포만을 골라낸 뒤 충분히 배양해 ‘잉크’처럼 바이오 프린터에 주입한 다음 장기의 모습을 찍어내는 식이다. 이 같은 구상들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강경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에 혈관 구조를 포함해 간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인공 간을 제작해 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를 보고했다. 똑같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기술이 의약품 실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미니 장기에 그치고, 실제 체내에서 기능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강 교수는 “동물 연구 결과가 안정적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인간 장기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환자가 필요한 장기를 ‘기성품’처럼 사전에 제작해둔 인공장기로 언제든 교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동향 분석에 따르면 바이오 인공장기는 수년 내에 일부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10∼15년 뒤엔 일부 인공장기가 실제로 의료시장에서 쓰이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체 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마다 교체하면 그만인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불로불사’를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트랜스 휴머니즘’ 움직임이 현재 사회구조 속에서는 매우 위험하게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현재 인공장기 개발 등에 숨어 있는 가치관을 보면 성능을 증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인간은 성능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며 “지금의 성과 중심 사회구조와 맞물리면 인간은 완전히 성능 위주로 서열화되고, 사회 전반의 격차 구조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3. 정복된 노화, 죽음 없는 시대는 장밋빛일까 = 앞서 소개한 메이요 의료원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제임스 커클런드 박사는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대다수 환자가 130세까지 살기를 원했으나 그 이상 살기는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노화가 정복된 이후라고 해도 긴 삶에는 새로운 문제들이 뒤따를 것이다.
가령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해 은퇴 후 삶의 준비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9월 내놓은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에서 이미 2056년 국민연금 재정의 고갈을 예측했다. 스스로의 생활을 담보할 수 없을 때도 노년이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기술 발전의 혜택이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해도, 그 혜택을 마음 놓고 누릴 수 있는 ‘계층’은 부자들에게 그칠지 모른다.
젊음과 수명의 연장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도 탄생시킨다. 안락사를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인 윤리적인 논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불로불사가 현실화된 시점에서는 더 이상의 수명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는 것만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인간의 삶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동배 교수는 “사회적으로 부양의 고민과 일자리·학습 기회 등 노년에 관한 다층적인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은 채 노화 극복의 시대가 다가온다면 오히려 불행한 미래가 찾아올 수 있다”며 “시급히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호 작가
#4. 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인류는 노화의 극복이라는 오랜 꿈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 ‘꿈’은 악몽의 가능성도 안고 있다. 현실이 된 노화의 극복을 진정한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은 착실히 새로운 문을 하나씩 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열린 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올 물결을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살 것인가, 그냥 죽을 것인가. 더 살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그냥 죽는 게 나은 상황을 관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은 이미 문제로 다가왔다.
■ 일러스트 그린 이정호 작가는
이정호(사진) 작가는 홍익대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2007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와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16년 직접 쓰고 그린 첫 작품집 ‘산책’으로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AOI가 주관하는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에서 최고영예상을 수상했고, 2020년 두 번째 작품집 ‘시간’으로 상업 출판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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