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ep Question - 더 사느냐 그만 죽느냐 >“10년후, 모든 장기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세상 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경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수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인공 간을 제작해 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최근 연구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영원불멸 시대’ 올 것인가

- ‘인공 간 이식연구’ 강경선 교수
줄기세포 주입해 혈관조직 재건
韓, 인공장기 연구 최전선에 서

심장·간 등 선반서 꺼내서 교체
‘장기 기성품화’ 이룬 세상 그려

“10년 뒤에는 대부분의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만난 강경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강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에 혈관 구조를 포함, 간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인공 간을 제작해 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를 보고했다. 세계 최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우리나라는 인공장기 연구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연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의미를 “실제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 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짚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되는 심장, 간 등 ‘소프트 티슈’를 인공적으로 제작하는 방법은 실제 기능을 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혈관 조직을 통한 영양의 공급과 물질대사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를 장기 세포로 발달시켜 자연 생성을 유도하는 ‘오가노이드’는 혈관 조직을 발달시키지 못해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는 데 그치고 있으며, 다른 대안인 3D 바이오프린팅도 소프트 티슈를 제작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

강 교수는 이런 문제를 ‘거푸집’을 만듦으로써 해결했다. 인간의 장기에는 세포를 제외하고도 콜라겐 등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세포를 전부 제거한 뒤 이 같은 기타 물질들이 자리를 잡은 틀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인공장기를 생산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쥐의 간을 이런 방식으로 혈관 조직까지 완전히 재건한 뒤 이식해 실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이번 간 연구를 토대로 계속 발전시키면 인간의 간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연구를 꾸준히 발전시켜 대부분의 장기를 인공장기로 교체할 수 있게 되는 미래도 10년 정도면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나의 희망은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에게 필요한 장기를 ‘오프 더 셸브’(선반에서 꺼내는 것)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장기의 기성품화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 연구가 완료되면 미래에는 동물의 장기를 동원할 필요도 없고, 장기 조달을 위한 복제인간을 만드는 등 윤리적 문제도 없는 인공장기를 인류가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다만 “이 같은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정부의 근시안적인 지원 방식이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최소한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해야 할 좋은 연구가 정말 많은데 우리나라는 3∼5년 단위로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한 번 연구비 지원을 받은 연구자가 후속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계속해서 지원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좋은 연구가 꾸준히 지원을 받아야 우리나라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 등 ‘과학계의 방탄소년단(BTS)’이 탄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 교수의 이번 연구도 인간의 인공 간을 제작하는 등 보다 심화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비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 강 교수는 연구비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기존 지원한 연구를 평가해 더 지속성 있게 지원할 과제를 선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