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셰바르드나제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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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는 소련 외교장관 출신이다. 그는 소련이 해체되고 나서 1992년 조지아 공화국 국가원수에 추대됐으며, 1995년 대통령에 재선됐다. 그의 권력 독점 수법은 독특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수많은 정부 규제를 쏟아냈다. 국민에게 낯선 이들 규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자연히 범법이 만연했고, 기소를 피하려면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일상이 됐다. 국가는 이들 범법자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기소할 수 있고, 뇌물을 먹은 정부 관리들도 국가가 원하면 언제든 콩밥을 먹일 수 있게 됐다.

셰바르드나제는 자신이 협력하고 싶어 하는 실력자들에게 선별한 자산을 싸게 파는 러시아식 민영화 수법도 철저히 모방했다. 지위가 높은 의회의원들, 고급 공무원들은 권력자와 행동을 같이하는 동안 맛있는 열매를 즐길 수 있었다. 단, 저항하는 순간 그들이 향유했던 달콤한 열매는 독약으로 바뀌게 된다.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의존해서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도록 하려는 게 셰바르드나제의 구상이었다.(대런 애쓰모글루 ‘좁은 회랑’) 국가와 사회를 부패로 물들게 하고,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통치술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복지가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한 해 73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현금을 지급받는 국민이 1200만 명이다. 대신 기업 관련 규제법은 300가지가 넘는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는 엘리트 지자체장들이 대통령 앞에서 재롱잔치를 벌였다. 지역개발 명목의 뉴딜 사업 75조 원의 현금 다발 앞에서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겠다는 몸부림이었다.

피해액이 1조6000억 원과 5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라임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모두 청와대와 여당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친정권 성향의 검찰 간부들이 철저히 뭉개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정권 안위를 위해 여권 수사를 봉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설령 법원으로 간다고 해도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당연히 ‘내 편 무죄, 네 편 유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권력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권력자의 얼굴은 서로 달라도 가는 길은 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