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힘들어도 웃으며 살자… 1927년생 ‘영원한 소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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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일소일소 일노일노’

“나이보다 젊어 보이시네요.” 빈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비결을 물으면 노래로 답을 한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중략) 가르쳐 드릴까요/ 열일곱 살이에요’. (박단마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 중)

음악동네 캠페인으로 ‘뮤지컬의 생활화’를 제안한다. 말보다 노래가 많아지면 세상이 온기와 원기를 회복할 것이다. 일상의 채널을 음악에 맞추고 마음의 버튼을 청춘에 고정하면 영화 속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게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색깔이 있다. 색의 3요소를 명도, 채도, 색상이라고 배웠는데 밝고 맑았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어둡고 흐려진 경우를 가끔 본다. 동안의 뿌리는 동심이다. 철들지 마라, 물들지 마라, 길들지 마라. 이 세 가지를 어기면 색깔이 변한다. 표정은 표현과 감정이 합쳐진 말인데 가슴 속에 분노와 원한이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표정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 표정이 많아진 세상엔 희망보다 원망이 드리워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속이 상하면 겉도 상한다. 속상한 친구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 대신 노래를 부르며 합창을 유도하는 건 어떨까. 율동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원래는 민중가요였는데 언젠가부터 동요로 영토가 확장됐다. 가사도 ‘기쁨의 그날 위해/ 함께할 동지들이 있잖아요’에서 ‘함께할 친구들이 있잖아요’로 순화(?)됐다. 단어 하나가 달라졌을 뿐 이어지는 가사는 똑같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젊은이에겐 닮고 싶은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워너비’는 1980년대에 ‘마돈나 워너비’에서 시작됐다. 마돈나(1958년생)처럼 되고 싶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연예계 최고의 워너비는 누굴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출품된 ‘송해 1927’이 답이다. 1927억 원의 자산가가 아니라 1927년생 소년이 바로 송해다. 이분을 볼 때마다 1908년 ‘소년’ 잡지 창간호에 실린 최남선의 시가 생각난다. ‘손뼉만 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이 시의 제목은 ‘해에게서 소년에게’다. 여기서 해(海)는 해(sun)가 아니라 해(se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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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이 송복희인데 예명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복희는 어떻게 바다가 되었는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다가 될 수 없다.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 지하철에서 손해를 봤다고 해서 지갑을 잃어버렸나 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TV에서 봤던 송해를 실물로 본 거였다. 그때 무릎을 쳤다. 아, 손해도 보고 이득도 보는 게 삶이지. “난 절대 손해 안 볼 거야.” 그러면 표정부터 굳어진다. 경쾌함은 삶의 줄에 속하지만 경직됨은 죽음의 열에 가깝다.

방송사에 PD로 들어가서 희극인 총회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맨 앞줄에 계시던 분들이 지금은 모두 타계했다. 유일하게 남은 분이 송해다. 그 당시 그분은 거의 뒷줄 언저리에 계셨다. 이제 최초, 최고, 최상, 최대 다 지나가고 최후에 웃는 자 한 명으로 눈에 들어온다.

지난 5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KBS2)에서는 ‘감사의 달 특집’으로 ‘송해 가요제’를 열었다. 미스터트롯 수상자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오늘날 여기 오기까지 ‘전국노래자랑’(KBS1)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대에서 히어로 임영웅이 최우수상을 받은 노래가 ‘일소일소 일노일노’(원곡가수 신유)였다. ‘세상사 스무 고갯길/ 좋은 날만 있을까/ 이왕이라면 웃으며 살자/ 말처럼 쉽지 않아도/ (중략) 웃다가도 한세상이고 울다가도 한세상인데/ 욕심내봐야 소용없잖아/ 가지고 갈 것 하나 없는데’.

죽을 때 이력서나 과세증명서를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일희일비하는가. ‘한 치 앞날 모르는 것이 인생인 것을/ 그게 바로 인생인 것을’. (‘일소일소 일노일노’ 중)

프로듀서
작가·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