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홍두사미’의 최후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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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에서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마당에 언제쯤 그 약속이 지켜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동안 쏟아낸 부동산 정책만 23차례다. 이마저 모자란 듯 정부 내에서는 지금 24번째 정책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세난 대책과 관련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전세 시장을 안정화할 아이디어를 부처 간에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과연 고민 중일까. 부동산 정책 실무 책임자인 홍 부총리로서는 대통령의 호언과 달리 대성통곡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오죽하면 이 자리에서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이미 정부가 발표했을 것입니다”라고 속마음까지 털어놨겠는가. 집값 폭등이든 전세대란이든 정부 의도와 달리 거꾸로만 치닫는 부동산 시장에 하루라도 빨리 항복 선언하고 싶겠지만, 청와대에서 지켜보는 대통령의 시선을 의식해 꾹 참고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다.

그런 홍 부총리에게 부동산 대책의 ‘마지막 카드’를 남몰래 전해주고 싶다.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에서 물러나 달라고 간곡히 진언하는 것이다.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지금의 부동산 대란은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을 약속할 수 있다. 빈말이 아니다. 이미 전례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평균 2625만 원에서 4156만 원으로 1531만 원(58%) 올랐는데 이는 우파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9년간 상승액 344만 원의 4.5배나 된다.

우파 정권의 비결은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긴 채 공급 확대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좌파 정권이라고 못할 일은 아니나 문 대통령은 이럴 의도가 전혀 없는 듯하다. 그러니 현 부동산 대란의 진원지는 대통령 개인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주주 양도소득세 문제를 둘러싸고 사표를 던졌던 홍 부총리 아닌가. 훨씬 중차대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간(忠諫)과 함께 사표를 던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홍두사미’ 비아냥에서도 일거에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