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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16일(月)
“책으로 정신근육 키우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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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에세이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출간한 하지현 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하지현 교수, 독서 에세이 ‘정신과 의사의 서재’ 펴내

좌뇌 - 우뇌 - 쾌락 우선 책
적절한 비율로 배분해 구입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읽고
카피라이터처럼 핵심 요약
환자들에게도 ‘독서 처방’

내 인생의 책, 만화 슬램덩크
강백호의 낙관주의 인상적


“독서는 정신 근육을 키우는 ‘마음의 홈 트레이닝’입니다. 이 훈련으로 마음이 단단해지면 웬만한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실패에 무너지지 않아요.”

‘책 쓰는 정신과 의사’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또 책을 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인플루엔셜) 이후 1년 9개월만. 이번엔 독서 에세이라 제목도 ‘정신과 의사의 서재’(인플루엔셜)다. 1년에 100권 이상 읽는 다독가이자 5년 넘게 채널예스에 ‘마음을 읽는 서가’를 연재한 서평가인 그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제대로’ 책 읽는 법을 알려준다. 지난 11일 광진구 건국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 감정을 세분화해 수치로 얘기해 보라고 해요. 그럼 0과 10밖에 없던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요.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진 않지만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잖아요. 책을 읽으면 내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고, 나만 우울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되 나와 세상 사이에 수많은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이죠.”

하 교수는 독서가 직업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정신과 진료는 모호함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불안’을 피검사로 확인할 수도, 부러진 마음을 엑스레이로 볼 수도 없으니까요. 명쾌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의사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환자와 소통이 가능해요. 의사는 결국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는 길밖에 없어요. ‘지식의 정수’가 담긴 책만큼 소중한 게 없죠. 요즘은 환자에게 알맞은 책을 추천하는 ‘독서 처방’도 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독서로 ‘정신의 코어’를 튼튼히 만들되 편협해지지 않기 위해 책을 살 때 스스로 정한 ‘3분류의 법칙’을 따른다고 했다. ‘좌뇌 우선 책(인문·사회·과학서)’ ‘우뇌 우선 책(문학·에세이)’ ‘쾌락 중추 우선 책(만화)’을 적절한 비율로 배분하는 법칙이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으면 편하고 재미있지만 뇌가 한쪽만 비대해져 탈이 날 수 있잖아요. 편식이 몸에 좋지 않은 것처럼요.” 1년간 읽은 책을 결산할 때 분야별로 정리한 도표를 만드는 것도 ‘균형 잡힌 독서’를 위한 노력이다. 그는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않고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다. “저인망식 독서라고 할까요. A 책에서 얻은 지식과 B 책에서 받은 영감이 만나면 씨줄과 날줄이 직조돼 새로운 통찰이 생기더라고요. 언젠가부터 화장실·연구실 등 여기저기에 책을 갖다 놓고 읽어요.”

‘정신과 의사의 서재’엔 하 교수가 터득한 ‘능동적 독서 기술’도 소개돼 있다. 밑줄과 메모는 물론이고 중요한 실험이나 연구 결과, 통계가 있으면 반드시 ‘에버노트’ 앱에 저장해 둔다고 한다. “책을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려면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요. 책을 읽고 카피라이터처럼 한두 줄의 문구로 정리해보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책의 핵심을 간결히 요약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인사이트’가 생길 거예요.”

하 교수가 꼽는 ‘내 인생의 책’은 만화 ‘슬램덩크’다. “30대 초중반 인생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 큰 영향을 준 만화예요. 불확실한 미래에 목매달고,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시기였죠. 중학교 때 이미 봤지만, 다시 읽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짧은 인생, 즐기면서 살자’라는 강백호의 낙관주의가 인상적이었어요. 진정한 팀워크는 전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만들어진다는 것도 배웠고요.”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책 중에선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새로운 인생의 나침반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벌써 전문의 20년 차이니 의사로선 규격화된 ‘완성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2의 직업인 작가로선 다르죠.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끝까지 살아남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려면 하루키가 말한 것처럼 해야죠. 지치지 않고 읽고 또 써야죠.”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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