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재즈 가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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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나는 그저 나다. 내가 내는 고음과 저음, 강약의 부분은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것은 아름다운 음색, 풍부한 성량, 화려한 테크닉이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멜로디와 호흡이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고음의 샤우트가 아니다. 그 고음이 토해내는 감정의 결이 갖는 의미들이다.” 본명이 정수월인, 아명(兒名)을 예명으로 삼은 재즈 싱어송라이터 말로(49)의 2013년 저서 ‘재즈 싱잉(singing)의 비밀’에 담긴 말이다.

‘한국어는 재즈와 안 어울린다는 통념을 깨고 한국 재즈의 새 지평을 연 뮤지션’ ‘강렬하고도 섬세한 가창력의 재즈 여신(女神)’ ‘스캣(scat) 여왕’ 등이 작곡·편곡·노래 등에 두루 걸출한 그를 일컫는 표현이다. 경희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버클리 음대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1998년 재즈 데뷔 앨범 ‘Shade of blue’를 내놓은 그가 크게 주목받은 계기는 2003년 제3집 ‘벚꽃 지다’였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 세상 지낸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잠시 머물다 가네’ 하고 시작하는 ‘벚꽃 지다’ 등 수록곡 모두 이주엽이 한국어 가사를 쓰고, 그가 작곡했다. ‘이제 비로소 갖게 된 한국 재즈 앨범’ ‘가슴 적시는 가사와 영혼을 깨우는 목소리’ 등 극찬이 쏟아졌다.

그 후로도 그는 ‘지금, 너에게로’ ‘겨울, 그리고 봄’ 등 창작곡만 담은 앨범을 발표해왔다. ‘신라의 달밤’ ‘목포의 눈물’ 등을 재즈로 편곡해 불러서 수록한 음반 ‘동백아가씨’(2010년) 등 한국 가요를 재즈화한 ‘K 스탠더드’ 시리즈도 그가 힘을 쏟아온 작업이다. ‘누가 울어’ ‘안녕’ 등을 재즈화해 그의 가창력에 실은 ‘말로 싱즈(sings) 배호’(2012년)에 이어, 그 시리즈 세 번째인 ‘송창식 송북(songbook)’은 지난 10월 15일 내놨다. ‘고래사냥’ ‘우리는’ ‘푸르른 날’ ‘사랑이야’ 등 송창식이 작곡해 부른 22곡을 그가 재즈로 편곡해 불렀다. ‘한국 재즈계 대모(代母)’ 고(故) 박성연이 1978년 창립해 ‘한국 재즈 팬의 성지(聖地)’ 역할을 해온 라이브카페 야누스의 이름을 바꾼 서울 서초동의 디바야누스를 운영하고도 있는 그는 거의 매주 수요일 무대에 선다. 야누스는 창립 기념일에 특별히 풍성한 재즈 잔치를 여는 것이 전통이다. 그날이 오는 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