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 선거 앞두고 ‘김해 신공항 폐기’ 국책 농단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우려먹기가 재연되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이후 여론 악화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필사적이다. 국민의당 역시 어정쩡 따라갈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재검증 결과를 발표한다지만, 결론은 오래 전에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 정해진 결론에 꿰맞췄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국가의 대형 국책 사업이 이처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면 그 부작용은 두고두고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이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인천공항에 이은 제2 허브 공항 건설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다시 국민적 논의를 해 볼 만하다. 그런데 김해 신공항을 폐기하는 이유부터 옹색하다. 검증위원회는 일단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전제로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는 합법을 가장한 국책 농단에 가깝다. 법제처는 ‘장애물 절취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결국 부산시 반대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일이면 부산시를 설득해서라도 해야 하는 일 아닌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본격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부산은 가덕도, 경남은 밀양을 밀면서 갈등이 첨예화하자 결국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가 다시 살려 김해공항 확장 방안으로 결론냈다. 대구·경북은 별도의 대형 국제공항을 추진 중이다. 문 정부에선 가덕도 재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대구 신(新)공항 계획도 바뀌어야 한다. 문 정부는 이런 문제까지 재검토해 국책사업이 왜곡되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선거에 적당히 이용하고 부담은 미래에 떠넘기는 죄악을 더 저질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