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황동규>아버지 황순원과 ‘문학가 父子’… “작품 영향 벗어나려 다르게 살았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동규 시인은 “중년 이후 줄곧 장애가 생기면 피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이길까를 생각했다”며 “이런 태도가 지금까지 시를 쓰게 만든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김낙중 기자

황 시인은…

황동규 시인은 1938년 평남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나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고 졸업 후 서울대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따고 영국 에든버러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1968년부터 서울대 영문학 교수로 재임했다.

1958년 미당 서정주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어떤 개인 날’ ‘풍장’ ‘외계인’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꽃의 고요’ ‘겨울밤 0시 5분’ ‘사는 기쁨’ ‘연옥의 봄’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아버지 황순원에 대해 말할 때 늘 ‘체험의 공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배웠고, 벨기에에는 3대 유명 화가도 있지만 2대가 유명한 문학가는 그리 없다. 음악·미술과 달리 문학은 체험, 그중에서 가족적인 체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체험을 선점하기에 아들은 할 이야기가 없다. 문학 부자(父子)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아버지 뒤마와 ‘춘희’를 쓴 아들 뒤마가 있지만 아들은 사생아였기에 아버지와 가족적 체험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인은 아버지에게 받은 것만큼이나 벗어나려 애썼다고 했다.

“아버지는 문학에 대한 순수한 자세에서 나보다 한참 앞선다. 아버지는 일생 문학 서적을 읽으셨지만 나는 문학에 메여 살지는 않았다. 사회학, 철학, 역사책을 많이 읽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었는데 ‘좋은 일을 할 때 보답을 기대하지 말라. 좋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충분한 보답’이라는 말 같은 건 아직도 기억난다. 아버지는 대대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셨는데, 나는 대학에서 니체를 읽고 종교를 잊었다. 종교가 적어도 자기보다 더 큰 존재를 만나게 해준다는 점은 존중하지만 종교인은 아니다. 다르게 살려고 한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