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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18일(水)
번번이 실패한 ‘치매 퇴치’… 아포 E4·교세포서 새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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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전승훈 기자
⑤ ‘뇌 질환’ 정복 <上>

베타·타우 단백질에 집중하던
기존의 연구방식 과감히 벗고
아포 단백질 4번 유전자에 주목

뉴런 부속물질로 여겼던 교세포
핵심기능 수행 밝혀지며 기대감

세포 小기관 상호연결망 살피며
치매의 출발·경과·종착점 찾기


인간의 뇌세포, 뉴런(neuron)은 태어날 때 한번 생기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뇌 과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세포의 경우 성인이 돼서도 다시 만들어진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후속 연구에 불이 붙었다. 문제는 다시 만들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대부분 뉴런은 일단 망가지면 고칠 방법이 없어 노화에 따른 정신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광범위한 치매, 파킨슨병 등은 뉴런이 단계적으로 사멸하면서 행동과 인지(認知)의 후퇴가 진행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의 도래를 맞아 뇌의 노화를 진단, 치료하는 의료 분야는 뇌 과학자들의 가장 긴박한 현실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치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뉴런에 아밀로이드 베타(A-β)·타우(τ) 단백질이 찌꺼기처럼 뭉치는 현상이 세포 사멸로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사망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 뉴런 안팎에서 두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체인 타우 탱글(tangle·얽힘)과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plaque·덩어리)가 다량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왜 이 두 단백질이 실뭉치나 치석처럼 변형돼 덩어리지는지, 이 독성 쓰레기를 치울 방법은 없는지, 그 생성 과정과 기전(機轉·mechanism)을 연구하느라 수천 편의 논문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아직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조 원대의 돈을 들여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최근까지도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기형 단백질 퇴치법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단백질 뭉침에 주목했던 기존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벗어나 조금씩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리포(Lipo) 단백질은 단백질과 지질(脂質·lipid)의 복합 단백질이다. 기름 성분은 단백질과 함께 인체에서 세포를 만드는 재료이자, 물을 차단하는 방수재로, 에너지의 원천으로 여러 가지 지방 대사의 주요 구성요소다.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파킨슨병, 당뇨 등 다양한 질환에서 지방의 잘못된 흐름은 증세를 발현, 악화시킨다.

그중에서도 혈장(血漿) 안에서 지방을 실어나르는 아포(Apo) 단백질의 4번 유전자 아포 E4는 주목받는 표적이다. ‘치매 유전자’로 불리는 아포 E4 연구는 알츠하이머 정복의 새 루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류 치매 연구의 도전자 중 가장 과감한 시각은 아예 뉴런 중심의 뇌 과학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핵심 원칙)’를 버리고 교(膠)세포(glia)에서 새 길을 발견하려는 연구다. 인간의 고등(高等)사고 원천인 뉴런과 달리 교세포는 그동안 뉴런을 둘러싼 부속물질 정도로 여겼다. 인간 뇌의 85%는 별세포, 미세교세포 등 다양한 교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교세포는 숫자는 많지만 말 그대로 아교처럼 뉴런의 겉껍질 재료로, 뉴런 사이의 수송로 내지 노폐물 청소기로 일하는 조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뉴런의 생사를 좌우하는 핵심 기능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교세포 연구그룹은 뇌 질환 연구의 ‘별동대’로 기대를 모은다.

마지막으로 뉴런 속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리소좀 같은 세포소(小)기관의 상호연결망을 보는, 보다 미시적인 연구방법도 있다. 사람이 병이 나는 것은 간처럼 한 군데 장기가 고장 나는 것도 원인이지만, 위·장·간 등 여러 장기의 복합 병증에 더 책임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매우 성능이 우수한 전자현미경으로 뉴런 속의 작은 기관들을 들여다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정상 상태에서 벗어나는지 그 출발과 중간 경과, 종착점을 찾고 있다.

이 밖에 베타 아밀로이드 등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낸 뇌척수액이 흘러나가는 하수도, 즉 뇌막 림프관의 기능 저하에 주목하거나 뉴런의 과잉 면역반응에서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하는 등 뇌의 병을 치료하려는 최신 접근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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