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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18일(水)
자택 격리된 정치인과 도청팀원들의 ‘위험한 24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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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웃사촌’

김대중 전대통령 실화 모티브
정우·김희원 등 맛깔나는 연기
정치 소재라 코믹 강도는 옅어


좌천 위기에 놓인 도청팀장 대권(정우 분)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의식(오달수 분)의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이웃집 주민으로 위장 이사 온 도청팀원들은 의식네 가족의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정체 모를 작은 소리까지 포착하며 그들의 비밀을 파헤쳐간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빨간 옷만 입어도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는 시절을 배경으로 삼았다. 국민에게 자유 민주주의를 선물하겠다는 정치인, 그를 사상범으로 옭아매려는 비뚤어진 정보부 요원, 그리고 도청 임무를 맡은 후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과 듣던 것과는 달리 지극히 인간적인 도청 대상자의 모습에 감화돼 고민에 빠진 도청팀원의 인물 설정은 그 시절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에서도 몇 차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 기시감을 상쇄하는 역할은 배우들의 몫이다. 기존의 웃음기 가득한 연기를 쏙 뺀 오달수의 담백한 연기가 자연스럽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도청팀장 역을 맡은 정우의 연기력 또한 매력적이다. 부산 출신답게 흠잡을 데 없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 역시 영화의 재미를 돋운다. ‘악역 전문 배우’라 불리는 김희원이 연기한 정보부 김 실장의 악독함은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맛깔스럽다.

여기에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곳곳에 작은 웃음 지뢰를 심었다. 7년 전 코미디 영화 ‘7번 방의 선물’로 1281만 관객을 모았던 이 감독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를 소재로 다룬 터라 코믹의 강도는 다소 헐겁다. ‘7번 방의 선물’ 정도의 웃음을 기대했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이웃사촌’은 곱씹어볼 만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연출 역시 군더더기 없다. 하지만 이 시대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가진 힘을 뛰어넘는 ‘섬싱 뉴’(something new)가 부족하다. 그래서 130분을 보고 있노라면 몇 차례 시계를 보게 된다.

‘이웃사촌’이 2년여를 묵힌 영화라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다. 당초 2018년 초 촬영을 마쳤으나 주연 배우인 오달수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개봉이 미뤄졌다. 이 사건은 ‘내사 종결’로 마무리돼 오달수가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오달수가 연기한 정의롭고 올곧은 의식 역에 몰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이웃사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이런 사실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진 않는 수준이다.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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