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통하는 쉬운 우리말 생활>‘장비템’ ‘소비템’ ‘하이퀄’… 걸러지지 않은 신조어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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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홈쇼핑 용어

홈쇼핑 방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국어 생활 면에선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뉴스전문 채널 등이 방송 용어 순화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보여줘 온 것과 달리 홈쇼핑 방송에선 걸러지지 않은 외국어와 정체불명의 신조어 등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 홈쇼핑 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정체불명 조어법을 대표하는 것으로 ‘~템’식의 표현이 있다. 물품, 품목 등의 의미를 갖는 영어 ‘item’에서 따온 ‘~템’을 접미어처럼 여기저기 갖다 붙인 표현들이다.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 장비나 무기를 획득했을 때 ‘득템(得+tem)’이라는 은어가 쓰이더니 점차 쇼핑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홈쇼핑 방송에선 이를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희귀품’을 ‘레어템(rare+tem)’으로, ‘주목받는 상품’이라는 의미의 영어 ‘it item’을 ‘잇템’으로 표현하는 등 영어에도 없는 표현들이 난무한다. 덩달아 ‘패션템(fashion+tem)’ ‘뷰티템(beauty+tem)’ ‘기본템(기본+tem)’ ‘장비템(장비+tem)’ ‘소비템(소비+tem)’ 등 정확한 의미도 불분명한 신조어가 갈수록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불필요한 영어 남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글로벌 브랜드(global brand·세계적 상표)’는 약과다. 가을·겨울 상품을 소개할 때 ‘F/W(fall/winter)’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고품질’을 ‘quality’라는 영어 단어를 이용해 ‘고퀄’이나 ‘하이퀄(high quality)’로 쓴다. ‘개성 있는’은 ‘유니크(unique)한’으로, ‘고풍스러운’은 ‘앤티크(antique)한’으로, ‘현대적인’은 ‘모던(modern)한’으로 둔갑했다. ‘오늘의 추천 상품’ 또는 ‘오늘의 선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오늘의 픽(pick)’이라고 한다. ‘컬렉션(collection·상품전)’ ‘론칭(launching·판매 개시 또는 입점)’ ‘핸드메이드(handmade·수제)’ ‘셀럽(celebrity·유명인)’ 등도 굳이 영어로 쓰지 않아도 될 표현들이다. 최근에는 특정 상표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때 ‘브랜드 데이(brand day)’나 ‘브랜드 위크(brand week)’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